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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유럽 일자리 호황 누리는데, 한국만 역주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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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 가가와(香川)현의 주부 사카구치 미와(坂口美和·가명·40)는 일자리 소개 책자를 보며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우수직원 연봉 600만엔(약 6000만원)’ ‘초보자 대환영’ 등 구인 업체에서 낸 광고 때문이다.

규제혁신·법인세 인하 등 효과 #고용 모범국들 실업률 8년째 하락

미국에선 온·오프라인 소비가 늘면서 이에 대응할 콜센터 직원이 귀해지고 있다. 켄터키주 루이스빌 물류센터에선 시간당 12달러였던 시급이 15달러로 올랐다. 칼 테넌바움 노던트러스트 수석 분석가는 “생산직 고용 창출 역시 활발하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일본 구인잡지 타운워크, 미국의 뉴욕타임스 등이 전하는 이들 국가의 현재 일자리 상황이다. 17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0년과 비교한 올해 미국(9.6%→3.9%)·독일(6.9%→3.6%)·일본(5.1%→2.9%) 등의 실업률은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지표를 받아든 한국과는 전혀 딴판이다.

미국·독일은 이들의 경제 ‘덩치’를 감안하면 사실상 완전고용의 흐름이다. 미국은 실업수당을 새로 신청한 사람 수가 49년래 최저로 줄고 광산·건축·제조업 등 블루칼라 생산직 일자리는 34년래 가장 높은 증가치를 기록했다. 독일은 메르켈 총리가 2005년 취임 후 신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2010~2017년 일자리가 350만 개 늘었다. 덕분에 취임 당시 11%대였던 실업률이 3%대가 됐다.

일본 역시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효과로 경기 회복이 이뤄지고, 여기에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 인구 감소로 취업난이 완화되면서 고용 여건이 개선됐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일본에선 외국인 취업자도 귀한 대접을 받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들 고용 모범국들은 규제 혁신, 감세 등 친기업 정책을 펼친 공통점이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주요 신규 규제 건수는 3건이다. 일본은 법인세를 낮추고, 규제를 풀었다. 국제 비즈니스 거점인 도쿄는 용적률을 완화해주고 의료혁신 지구인 오사카는 외국 의료진 진찰, 병상 신·증설 등을 허가했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2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28곳 중 25곳은 고용 사정이 좋아졌지만, 한국·칠레 등은 나빠졌다”면서 “기업 친화적인 정책이 기업의 투자를 늘리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면서 고용 개선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일자리 친화 정책은 각국 경제에도 온기를 주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경제 대국 미국은 ‘낮은 실업률→가계 지출 증가→내수 진작’의 선순환이 이뤄지면서 유례가 드문 호황을 누리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제조업 일자리 회복을 위해 정부가 기술력 있는 중견·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술 기반 산업을 대상으로 한 창업과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는 다각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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