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한파’ 서민에 집중 … 8월 임시·일용직 24만 명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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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대참사’의 충격이 취약 계층에 집중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고용 창출 능력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특히 서민이 주로 일하는 임시·일용직 근로자의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통해 서민의 소득을 늘려 내수를 촉진하겠다는 정부의 목표와는 전혀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월18만 명 취업 증가 힘들 듯 #“소득주도 성장 정책 수정해야”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임금 근로자 중 임시직 근로자의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8만7000명, 일용직 근로자는 5만2000명 각각 줄었다. 임시직은 2016년 9월 이후 24개월째, 일용직은 지난해 11월부터 10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특히 임시직의 경우 올해 5월부터 4개월째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10만 명 넘게 줄고 있다.

임시근로자는 고용 계약기간이 1개월 이상 1년 미만, 일용근로자는 1개월 미만인 근로자다. 그만큼 취약 계층이 많이 일하는 일자리다. 고용 계약기간 1년 이상 상용직 일자리가 지난달에 1년 전보다 27만8000명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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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로 봐도 서민이 많이 일하는 서비스 종사자(2만9000명), 판매 종사자(8만4000명), 단순노무 종사자(5만 명) 등 취업자가 크게 줄었다. 음식점 종업원, 소매점 계산원, 공장 단순 노무자 등의 일자리가 1년 새 대거 사라진 것이다. 서민층 일자리가 크게 줄면서 정부가 내놓은 올해 취업자 증가 전망 달성도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2018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취업자가 18만 명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초 정부의 전망치(32만 명)보다 14만 명이나 하향 조정했는데, 이 수치마저도 밑돌 가능성이 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취업자는 월평균 2673만7000명이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0만7000명 증가했다. 지난해 1~8월에는 취업자가 전년 동기 대비 월평균 33만5000명 늘었다. 올해 월평균 취업자 증가 폭이 18만 명이 되려면 9~12월 4개월 동안 취업자가 1년 전보다 월평균 32만5000명씩 증가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마저도 단기간에 취업자 증가 규모가 지난해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한 방송에 출연해 “9월을 포함해 단기적으로 고용지표가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같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서민 일자리를 비롯한 전체 일자리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임시·일용직 일자리 및 서비스 종사자 수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라며 “당초 정책 의도와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정부는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서유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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