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잠수함으로 발돋움한 SK 박종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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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언더핸드 투수 박종훈. [연합뉴스]

SK 언더핸드 투수 박종훈. [연합뉴스]

"아시안게임에서 많이 배웠어요." SK 언더핸드 박종훈(27)은 특유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다녀온 뒤 자신감과 여유가 한층 붙은 모습이었다.

박종훈은 13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경기에서 6과3분의2이닝 4피안타·2사사구·6탈삼진·1실점하고 시즌 12승(7패)을 올렸다. 12승은 지난해 박종훈이 기록한 최다승과 타이다. 특히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한화를 상대로 거둔 승리라 팀에게도 의미있는 투구였다. 박종훈은 "좋다. 작년보다 경기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다. 오늘처럼 2위 다툼을 하는 중요한 경기에서 던질 수 있다는 자체도 즐겁다"며 "제가 언제 이런 경기에 던져보겠나. 그래서 더 재밌다"라며 즐거워했다.

박종훈의 장점은 손이 거의 그라운드에 닿을 만큼 낮은 릴리스포인트에서 공을 뿌린다는 것이다. 야구대표팀 선동열 감독이 "아마 전세계에서도 더 낮은 곳에서 뿌리는 선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대신 단점은 제구가 불안정해 사사구를 많이 내준다는 것이다. 지난해 9이닝당 사사구는 5.11개였으나 올해는 3.79개로 줄었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엔 2경기에서 볼넷 2개만 내줬다. 박종훈은 "포수 (이)재원이 형이 저를 이제 잘 아는 거 같다"고 웃으며 "공을 받을 때 구종에 따라 잘 움직여주고 있다. 포수 미트만 보고 던지고 있다"고 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 인도네시아전에서 호투를 펼친 박종훈. [뉴스1]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 인도네시아전에서 호투를 펼친 박종훈. [뉴스1]

올해 박종훈은 또 하나의 성과를 거뒀다. 그토록 원했던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에 나선 것이다. 결과도 좋았다. 약체이긴 하지만 조별리그 인도네시아전에서 선발로 나와 3이닝 1피안타·6탈삼진 무실점했다. 대표팀이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 상대적으로 낯선 옆구리 투수로 임기영(KIA)과 함께 국제대회 경쟁력을 보여줬다. 박종훈은 "예전엔 '잘 던져야 한다'는 욕심이 강했다. 아시안게임에 다녀온 뒤 생각이 바뀌었다"며 "다시 정규시즌에 나서는 긴장감이 너무 좋다"고 했다.

아시안게임 당시 박종훈의 투구는 팬들이 볼 수 없었다. 앞서 열린 베트남-한국의 축구 경기가 연장전까지 가면서 뉴스 이후 야구가 지연중계 됐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중계는 박종훈이 마운드를 내려간 4회 쯤부터 재개됐다. 박종훈은 "아쉽지만 괜찮다. 그래도 30초 정도 영상을 개인적으로 전달받았다"고 웃었다. 박종훈은 '또다시 국가대표로 가고 싶으냐'는 질문엔 "원래 욕심이 많았다. (아시안게임 전부터)한계치였다. 불러주시면 무조건 간다"고 했다. 2019 프리미어 12, 2020 도쿄올림픽에선 박종훈의 당당한 투구가 전파를 탈 수 있지 않을까.

청주=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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