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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어머니' 안식처 생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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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자식과 남편을 잃은 어머니들의 쉼터인 '5월 어머니의 집' 이 광주시 장동 옛 전남도청 부근에 문을 열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이렇게 한집에서 만나니 얼매나 마음이 푸근한지 몰러. 가족 잃은 사람 맴은 다 똑 같응께…."

17일 오후 광주시 동구 장동 '5월 어머니의 집'. 이날 오전 5.18 민주화운동 26주기 추모제를 지내고 돌아온 구선악(65.경기 양평군)씨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구씨는 1980년 5월 당시 전남대 재학 중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사망한 이정년씨의 어머니다.

5.18 때 남편을 잃은 심봉례(66.전남 해남군)씨가 구씨를 부둥켜 안자 방 안에 있던 다른 어머니들도 눈시울을 적셨다.

5.18과 그 이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자식과 남편을 잃은 어머니들의 쉼터인 '5월 어머니의 집'이 최근 문을 열었다. 80년대 후반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에서 어머니들을 도운 김강렬(46) 시민생활환경회의 대표 등이 사재 1억원을 모아 옛 전남도청 부근에 30평짜리 주택을 마련해 주었다.

내란수괴죄로 사형 선고를 받았던 정동년씨의 부인 이명자(56)씨와 항쟁 당시 시민군 기동타격대장을 한 뒤 구속된 윤석루씨의 어머니 나정희(74)씨 등 80년대 초부터 동고동락한 '5월 어머니'는 40여 명에 이른다.

87년 6월 항쟁 때 경찰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이한열씨의 어머니 배은심씨 등 아들.딸을 광주 망월묘지에 묻은 민주열사의 어머니들도 합류했다. 이들은 항쟁 이후 모든 사람이 군사정권의 탄압에 눌려 침묵할 때 앞장서 5.18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5월 어머니의 집'은 초대 관장을 맡은 안성례(68)씨가 광주시의회 의원 시절인 97년 아르헨티나의 민주성지인 5월 광장을 방문한 뒤부터 꿈꿔 왔다.

80년 광주기독병원 간호과장으로 항쟁을 겪은 안 관장은 "5월 어머니들이 맘 편하게 쉬는 곳이지만 청소년들에게 5.18 민주.인권의 정신을 깨우치고 광주를 방문하는 인사들의 숙소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5.18 제26주년 기념 행사=기념식은 18일 오전 10시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보훈처 주관으로 열린다.

기념식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와 유공자.유족, 사회 각계 대표 등 30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17일에는 오전 9시30분부터 5.18 민주묘지에서 유족회가 주관하는 추모제가 열렸고, 오후 1시부터 금남로 일대에서 '2006 임을 위한 행진곡'을 주제로 전야제가 펼쳐졌다.

광주=이해석.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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