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경험이 말한다 … 지금이 집 살 때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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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최근 1년간 집값이 5억원가량 급등했다. 이 아파트는 2006년에도 치솟았지만 그 뒤 10년 정도 약세기를 거쳤다.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최근 1년간 집값이 5억원가량 급등했다. 이 아파트는 2006년에도 치솟았지만 그 뒤 10년 정도 약세기를 거쳤다.

집값이 급등하던 2006년 9월. 김모씨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를 12억2000만원에 샀다. 연초보다 2억원 넘게 오른 가격이었지만 더 늦기 전에 사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듬해 2월 시세가 13억5000만원으로 5개월 새 1억3000만원 오를 때까지 기뻤다.

2006년 집값 급등 이후 장기 침체 #최근 집값 과열 우려 높아져 #집을 살 때는 팔 때를 생각해야 #“무릎에서 사고 어깨에서 팔아야”

그런데 그 뒤 가격이 내리기 시작했다. 1년 뒤인 2008년 9월 금융위기가 터졌고 그해 말 10억원까지 떨어졌다.

그는 집값이 반짝 상승세를 보이던 2011년 9월 5년 만에 팔았다. 매도 금액이 11억3000만원으로 1억원 좀 넘게 손해 봤다. 그 사이 대출 이자, 재산세 등 세금을 합치면 손해액은 2억원 정도다. 이 아파트 가격은 그 뒤 2012년 말 9억원 밑으로까지 하락했다. 김씨가 당초 매입한 가격으로 회복한 것은 그 이후로도 3년이 더 지난 2016년 6월이다.

김씨가 만약 10년만인 2016년 9월 팔았다면 13억7000만원으로 10년 새 1억5000만원 오른 셈이다. 지금까지 갖고 있다면 20억원 정도에 팔 수 있다.

서울 강북지역은 2006년 급등 뒤에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9단지 전용 79㎡가 2006년 9월 2억6000만원이었다. 금융위기에도 별 타격을 받지 않고 2009년 9월 4억4500만원까지 올라갔다. 그러다 2014년 상반기 3억7500만원까지 내려갔다. 지난해 5월에야 전고점 4억4000만원을 회복했다. 지금은 5억2000만원 선이다. 집값이 수직으로 상승하던 2006년 하반기 주택 매수 대열에 합류한 사람은 4개월에서 2~3년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뒤 길게는 10년 넘게 집값 때문에 마음 졸이며 살아야 했다.

집은 가격이 오른다고 금세 팔 수 없다. 오르면 더 오르길 기대하고 계속 보유한다. 가격이 급등했다고 단기간에 팔면 양도세 등 세금 부담이 만만찮다. 1년 이내 양도세가 40%다. 다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까지 가산세율이 붙어 세율이 최고 62%다. 1주택자는 2년간 거주해야 9억원 이하까지 양도세 비과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최근 주택시장이 달아오르며 앞으로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한국감정원의 8월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수요가 지난 3월 이후 5개월 만에 공급보다 많아졌다. 4월 이후 주춤하던 거래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집을 살 때는 팔 때를 생각해야 한다. 요즘 서울 집값 과열이 지나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집값은 지난달까지 역대 최장인 49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왔다. 소득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이미 지난 6월 기준으로 서울 중간층(5분위 중 3분위)의 연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이 8.6으로 2012년 이후 최고다.

지난달 말 서울 평균 주택 매매가격이 5억7800만원이다. 2분기 도시 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495만원이다. PIR을 계산하면 9.7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추격 매수를 경계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은 ‘무릎에서 사고 어깨에서 팔라’는 말이 있다”며 “지금은 무릎보다 어깨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06년은 2000년대 중반 집값 급등기의 절정이었다. 상반기 6.2% 오르는 걸 보고 하반기에 상반기 매수자(9만2000여명)의 두 배에 가까운 17만여명이 집을 샀다.

2006년 집값 상승세가 하늘을 찌들 때 정부의 ‘버블’(거품) 경고가 나왔고 아파트 부녀회 등의 담합이 기승을 부렸다.

그다음 해인 2007년부터 강남권이 약세로 돌아섰고 강남권에 이어 늦게 급등세에 올라탄 강북지역은 2009년부터 맥이 빠졌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정부 규제 등 주택시장 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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