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 느낌표’ 일본에 있는 고려시대 석탑 확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도쿄 시내 오쿠라 미술관에 있는 고려시대 석탑인 평양 율리사지팔각오층석탑의 최근 모습이 공개됐다. MBC 오락정보프램인 ‘! 느낌표’ 취재팀이 지난주 일본 현지에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도쿄 오쿠라 미술관에서 확인된 평양 율리사지팔각오층석탑(앞)과 이천향교방 석탑

평양 율리사지팔각오층석탑은 고려시대 다층석탑을 대표하는 귀중한 문화재다. 월정사 8각9층탑과 함께 고려시대의 대표적 석조 문화재로 꼽힌다. 일제시대 한국 문화재를 수집했던 오쿠라 기하치로(大倉喜八郞ㆍ1837∼1928)가 일본으로 가져갔던 문화재 가운데 하나다. 오쿠라는 마흔살 무렵 한국 땅에 처음 왔으며 1878년 부산에 일본제일은행의 조선지점을 열었다. 이후 무역ㆍ군수업에 주력하면서 큰 돈을 만졌다. 또 조선ㆍ중국 등에서 수집한 미술품을 보관하기 위해 1909년 오쿠라 호텔 옆에 별도의 전시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율리사지팔각오층석탑은 그간 문화재 전문가 사이에 존재ㆍ위치 등이 알려졌으나 최근의 보존상태가 공개되기는 매우 드문 일이다. ‘! 느낌표’ 취재팀은 오쿠라 호텔 측에 사전 취재 의사를 밝혔으나 거부당했으며, 이번에 관광객처럼 호텔에 들어가 탑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오구라 박물관은 도쿄 시내 오구라 호텔 앞에 자리 잡고 있다.

취재에 동행한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탑은 박물관의 뒷마당에, 해도 받지 못하는 북쪽 방향에 있어 이끼가 잔뜩 끼어있었다. 또 수평을 잡지 못해 중간 중간 시멘트가 발라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탑의 전체 조각기법은 대단했다. 일제시대인 대정(大正) 7년(1918년)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조선고적도보』에도 오쿠라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고 적혀 있어 오쿠라가 일찍부터 이 탑을 조선에서 일본으로 가져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을 본 국립고궁박물관 소재구 관장은 “상륜부가 없어졌지만 전체적 상태는 양호한 편”이며 “조형미가 뛰어나 국보급 유물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또 율리사지팔각오층석탑 옆에 있는 이천향교방 석탑도 확인했다. 이천향교방 석탑 역시 오쿠라가 일본에 가져갔던 한국 문화재 가운데 하나다. 이번 취재 내용은 20일 밤 방영된다.

박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