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산 명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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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쩌면 새해 제사상엔 북한산명태가 오를 것도 같다. 그쪽 명태라고 별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향 떠나 40년이 넘게 단절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남다른 감회가 있을 것이다.
서울 사람들은 그것을「더덕」이라고 했다. 살이 노란 북어를 실컷 두드리고 나면 푸근푸근 솜 같아진다. 모양도 그렇지만 맛도 구수하다. 명태치고 는 그 이상 가는 상품이 없다.
『임원경제지』라는 조선왕조 때의 책에는 그런 명태를「북횡어」라고 했다. 「횡」자는 좀처럼 보기 힘든 한자인데 떼를 지어 산다는 뜻이다.
영어로는 「폴락」(pollack)이라고 한다. 어원은「맑은 물에서 사는 물고기」라는 뜻. 명태의 「명」자나, 물 맑은 동해에 명태가 많이 사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서양사람들은 무슨 까닭인지 명태를 즐겨 먹지 않는다. 사료의 원료로 쓸 뿐이다.
우리가 생선가게에서 보는 명태는 눈이 툭 불거지고 살도 제법 붙어있다. 그러나 바다 속에 사는 명태는 그런 모양이 아니다. 눈이 쑥 들어가 있고, 몸집도 여간 날씬하지 않다. 명태는 수압이 높은 수심 10m에서 2백m의 깊은 곳에 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질도 그만큼 적어 맛이 담백하다.
명태는 12월부터 다음해 3월 사이에 산란한다. 바다 밑 50∼1백m의 바닥, 모래와 진흙이 섞여있는 지대에 한 마리 명태가 무려 25만 개 내지 40만 개의 알을 낳는다. 수정 후 열흘쯤 지나면 부화되는데 역시 심해 1백m에서 산다. 2년쯤 지나야 26㎝크기로 자란다.
우리 나라에서 명태가 많이 잡히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초로 기록되어 있다. 그때 명태가 별안간 몰려온 것은 아닐 테고 어업기술이 이 무렵부터 심해를 훑을 수 있게 되었다.
주로 많이 잡히는 곳은 함경남도 앞 바다이고 강원도·경상북도에서도 잡힌다. 멀리는 오호츠크해, 북아메리카 서해안, 일본의 야마구치현 등에도 많다. 그러나 그쪽 명태는 덩치가 커서 맛이 덜하다.
사람들의 입맛은 간사해 우리 나라 연안에서 잡힌 자잘한 생태를 훨씬 좋은 명태로 친다.
생각 같아서는 남북이 서로 특산물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 지금처럼 적막강산은 아닐텐데 새해엔 그럴 기미가 보이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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