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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자 최저임금 애로'···이 문구 넣었다가 뺀 금감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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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금융감독원이 최저임금 인상의 악영향을 언급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가 뒤늦게 이 부분을 삭제한 수정 자료를 재배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자료는 금융감독원이 10일 오전 기자들에게 배포한 ‘국내은행의 2018년 상반기 개인사업자대출119 운영 현황’ 자료다.

개인사업자 대출 40% 증가 발표 #오후 6시에 수정한 뒤 다시 돌려 #금감원 “실증 분석 안돼서 삭제” #금융권 “정책에 어긋나자 고친 듯”

자금난에 빠진 자영업자에게 은행이 만기연장 등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인 개인사업자대출119 이용 대출건수와 대출액이 올 상반기 각각 5798건과 4801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들어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악화했다는 지적이 나오던 상황이라 이 통계는 주목을 받았다. 급전이 필요한 자영업자가 크게 늘었다는 것 역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금감원의 인식도 다르지 않았다. 금감원은 보도자료에 “최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경영애로를 겪고 있는 한계 개인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119제도를 적극 지원한 데 따른 결과”라고 명시했다. 상당수 언론들도 이 부분을 강조해 해당 자료를 기사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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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날 오후 6시쯤 금감원이 수정 보도자료를 다시 배포했다. 새 보도자료에는 최저임금 관련 언급 내용이 삭제돼 있었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해당 문구는 실증된 분석 없이 나온 설명이었다”고 삭제 이유를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핵심이며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핵심 경제정책”이라며 “별 다른 생각없이 정부 정책에 반대되는 내용의 언급을 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다급히 이를 수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계에서는 지난 5월에 나온 이른바 ‘그린북’ 사태의 재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5월호’에 직전 5개월간 계속 명시했던 “전반적으로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는 문구를 넣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경제 전망을 부정적인 쪽으로 하향 조정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기재부는 뒤늦게 해당 문구를 넣은 수정본을 재배포해 논란을 키웠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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