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 받았는데 "복용약 없다"…메르스 환자 거짓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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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환자가 진실 얘기하지 않을 가능성 대비해야”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서울시 소속 역학조사관이 메르스 환자 A씨가 한 진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모습.[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서울시 소속 역학조사관이 메르스 환자 A씨가 한 진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모습.[뉴스1]

3년 만에 국내서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 A(61)씨가 검역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서울시 역학조사관을 통해서다. 역학조사관은 A씨가 수액을 맞고 약을 처방받았다고 했는데, A씨는 공항 검역관에게 "약을 복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의료기관을 두 차례 방문했는데, 질병관리본부(질본)는 한 차례 방문한 것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질본은 서울시의 발표가 사실과 많이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어 서울시와 보건당국간 진실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역조관, 9일 박원순 시장 주재 회의서 공개 #“메르스 A씨 쿠웨이트서 약·수액 처방” #A씨는 공항서 "복용 약 없다" #역조관 "부인은 자기 차로, A씨는 택시로 삼성병원 이동. #쿠웨이트서 두 차례 병원 진료" #질본 "핵심 주장 사실과 달라" #

서울시 소속의 한 역학조사관은 9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주재한 메르스 대응 관련 회의에서 A씨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날 페이스북 라이브로 진행된 회의에 참석한 역학조사관은 “(A씨가) 의료기관을 2번 갔다”라고 밝혔다. 당초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8일 공개한 A씨의 행적에선 지난달 28일 1번 쿠웨이트 현지 의료기관을 방문했다고 돼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3년여만에 발생한 가운데 9일 오전 환자 A씨가 격리 치료 중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감염격리병동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3년여만에 발생한 가운데 9일 오전 환자 A씨가 격리 치료 중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감염격리병동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 조사관은 “8월 28일에 증상이 시작이 된것 같다. (A씨가) 열이 있었다는 말씀은 계속 안 하시는데, 약간의 오한과 설사가 있었다고 한다”라며 “8월 28일부터 아파서 현장에 나가지 않았고, 9월 4일 입국할 계획이었는데 9월 4일 너무 몸이 아파서 연기하고 망가프에 있는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고 수액을 맞았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A씨는) 알주르가 공장단지여서 의료기관이 없어서 참다가 50㎞ 떨어진 망가프를 찾았다고 진술했다”며 “어떤 약을 처방받았는지 물어봤는데 몰랐고, 특별히 기록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그나마 사진 찍어서갖고 있는 의료 기록이 혈액 검사한 수치인데 잘 보이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A씨는 공항 검역대에서 검역관에게 약 복용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A씨가 휠체어를 타고 들어와서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복용하는 약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A씨는 검역법 위반 논란이 일 수도 있다. 현행 검역법에 따르면 오염지역에 체류하거나 그 지역을 경유하는 사람이 거짓 서류를 제출한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고, 미신고 또는 허위 신고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돼 있다.

또한 이 조사관은 “환자분은 호흡기 질환이나 발열이 없었다고 하셨는데 아내분에게 공항으로 마중 나올 때 마스크를 끼고 오라고 말씀하셨다”며 “또 아내분께서 자가용을 이용해서 공항으로 오셨는데 막상 병원으로 이동하실 때는 본인은 리무진 택시를 따로 타고 이동을 하셨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학 조사하면서 노출력을 조사했는데 (A씨가) 끝까지 말씀 안 하셨다”며 “그곳에서 여러 명이 레지던스 형태 숙소에서 숙식하고 식당에서 밥 먹었는데 왜 본인만 설사와 복통 증상이 있었는지 질문했지만 별다른 건 없었다고 말씀하셨다. 좀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0일 오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격리 치료중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메르스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격리 치료중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메르스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사항에 대해 박원순 시장은 “본인이 쿠웨이트에서 병원을 찾아갔고 비행기에서 내릴 때 휠체어를 요청해 휠체어로 나왔다. 비행기 안에서도 충분히 열과 체온이 높았고 호흡기 증상과 기침이 있을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쿠웨이트 병원에서 어떤 처방을 받았고 비행기 안에서 어떻게 복용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역학조사관은 "(A씨가) 수액을 맞고 공항으로 갔다고 했다"며 "그랬기 때문에 열이 체크되지 않았던 것이 수액이나 그런 약들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박시장은 또 “환자분이 비행기 안에서 화장실을 2번 갔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총 10시간의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어떻게 2번만 갔겠냐”고 반문한 박 시장은 “본인이 스스로 설사가 있다고 얘기했으면 비행기 안에서 설사도 잦았고 화장실도 여러 번 갔을 가능성 있다. 이 분이 진실을 충분히 이야기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질본 측은 서울시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A씨의 행적과 관련한 내용을 협의 없이 공개한 것에 대해 서울시에 항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본 관계자는 "서울시가 발표한 주장의 핵심도 사실과 다르다"며 "사실과 다른 부분까지 포함해 A씨의 쿠웨이트 출국 이후 서울대 병원에 격리조치 될 때까지의 상세한 행적을 곧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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