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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임기 내 핵 제거 불가능하지만 핵 불능화는 가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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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호 06면

7일 평양 시민들이 정권 수립 70주년을 축하하는 대형 전시물이 설치된 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9일에는 열병식이 열릴 예정이다. [AP=연합뉴스]

7일 평양 시민들이 정권 수립 70주년을 축하하는 대형 전시물이 설치된 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9일에는 열병식이 열릴 예정이다. [AP=연합뉴스]

5일 방북했던 정부의 대북특사단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육성으로 요구한 ‘비핵화 패키지’를 들고 돌아왔다. 미국이 종전선언을 한다면 보다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를 하겠다는 게 요지다. 김 위원장은 처음으로 비핵화 시간표도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2021년 1월) 안에 북·미 간 적대관계 청산과 비핵화를 실현하고 싶다”는 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전언이다. 김정은식 패키지가 멈춰 있던 한반도 비핵화 시계를 다시 돌리기에 충분할지 Q&A를 통해 짚어봤다.

특사단 방북 이후 비핵화 협상 Q&A #김정은 또 미국에 비공개 메시지 #2차 북·미 회담 희망 전달했을 수도 #일부 핵무기 해체해 해외로 반출 #정치적 의지 있으면 1~2년 내 가능 #약속 수없이 깼던 북한 ‘전과’ 의식 #미국, 비핵화 이행 전 종전선언 꺼려

미국은 김정은 제안에 어떻게 나올까?
미국은 일단 신중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감사를 표하며 "함께 (비핵화를)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할 일이 산적하다”고만 했다. 6일 정의용 실장으로부터 "특사단 방북 결과를 전해 들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통화 뒤 자신의 트윗에 성명을 올렸다. 특사단 방문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 전달(comprehensive report)을 받았다. 18~20일 남북 정상회담과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을 앞두고 계속 연락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대해선 가타부타 평가가 없었다.

볼턴 보좌관이 개인 트윗 계정에 성명을 올린 것도 이례적이다. 그는 평소 트윗을 즐겨 이용하는 편이 아니다. 대북 강경파인 그를 전면에 세워 공식 반응을 내놓은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 정부는 7일 내부 회의를 열어 특사단 방북 결과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국의 입장은 아무래도 10일 방한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신임 대북정책특별대표로부터 정확히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전해 달라는 김정은의 ‘비공개 메시지’는 뭘까?
정의용 실장은 6일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은 미국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서 공개할 수는 없지만, 비핵화 결정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느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앞서 특사단은 지난 3월 방북 후에도 미국에 김 위원장의 비공개 메시지를 전달했는데, 나중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원한다는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원한다는 내용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 위원장이 ‘여건’을 언급한 점으로 미뤄볼 때 비핵화 진전을 위해 미국의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주문했을 가능성도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종전선언 서명은 북한이 원하는 미국의 조치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정부 소식통은 이날 "미국이 종전선언을 수용하면 언제까지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초기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임기 내 비핵화, 정말 가능한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는 2021년 1월 끝난다. 북한의 핵능력 수준을 고려할 때 그 안에 핵능력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는 가능하다. 시작은 모든 핵활동의 동결과 핵무기, 핵 시설, 핵물질, 핵 프로그램의 신고다. 이를 바탕으로 사찰을 거쳐 일부 핵무기를 해체해 해외로 반출하고,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을 불능화하는 것은 1~2년 내에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전직 외교관은 "우리가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 비핵화라고 할 때 이는 다시 복구하려면 엄청난 자원과 노력을 들일 수밖에 없는 수준까지 만드는 것을 뜻한다 ”며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정착과 관련해 "올해 말까지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 진도를 내는 것이 목표”(7일 인도네시아 일간지 콤파스 인터뷰)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왜 종전선언에 소극적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6·12 정상회담 전까지만 해도 종전선언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북한이 종전선언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나서자 오히려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미 행정부 사정에 밝은 한 학계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의 법적·정치적 함의에 대해 미처 파악이 다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언급했는데, 6·12 정상회담 이후 이에 대한 정확한 브리핑이 이뤄졌다고 한다”며 "특히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노무현 정부와 종전선언을 두고 벌어졌던 일련의 갈등에 대한 정확한 인수·인계가 뒤늦게 됐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워싱턴 조야에서는 종전선언이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역내에서 미국의 군사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미 국무부 법률자문관실은 종전선언이 법적으로 복잡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또 미국은 종전선언 이후 북한이 약속한 비핵화 초기 조치를 이행하지 않거나 시간만 끌거나 부실한 보고를 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비핵화를 약속하고도 수없이 깼던 북한의 ‘전과’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순서(sequence)가 다르다.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지원을 해준 과거의 실수는 다시 없을 것이며, 완전한 비핵화에서 핵심은 검증”(폼페이오 장관, 6월 14일 한·미·일 외교장관 기자회견)이라는 게 미국의 현재 입장이다.

북한은 왜 종전선언에 목을 매나.
북한이 처음부터 종전선언을 비핵화 협상의 입구에 놓은 것은 아니었다.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의 3차 방중(6월 19~20일) 때 이런 입장이 정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당시 북·중은 새로운 정세에서 양국의 ‘전략·전술적 협동’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때 종전선언과 관련해 북·중 간에 일종의 ‘작전회의’가 이뤄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주장하는 공식 이유는 ‘한반도 긴장 완화와 북·미 간 신뢰 조성’이지만, 종전선언을 미국과 한국에 대한 좋은 협상 카드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판문점선언에서 연내 종전선언을 합의한 이상 북한은 종전선언을 통해 한국을 계속 자기편으로 걸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 미국을 설득하라고 한국에 요구할 때도 효과적인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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