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서열 4위 왕양, 북한대사관 9·9절 축하행사 참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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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양 중국 상무위원 [연합뉴스]

왕양 중국 상무위원 [연합뉴스]

 베이징 주재 중국 대사관이 6일 오후 개최한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9·9절) 기념 리셉션에는 중국 권력서열 4위의 왕양(汪洋) 정치협상회의 주석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12일 열린 ‘태양절’(4월 15일, 북한 김일성 주석 생일) 기념 리셉션과 7월 10일 열렸던 ‘북·중(中朝) 우호 협력 상호원조 조약’ 체결 57주년 기념식에는 당 권력 서열 25위권의 정치국원인 왕천(王晨)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당시에 비하면 또 다른 파격이라는 평가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9·9절 방북 불발로 서열 3위의 리잔수 전인대 위원장을 특별대표로 보낸 데 이어 바로 다음 직급인 왕양 주석을 베이징 대사관 연회에 보낸 것은 북한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배려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북·중 밀월 견제를 의식하면서도 동시에 북한에 대해 과거 예우를 뛰어넘어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6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 제2터미널의 출국안내판. 베이징발 평양행 고려항공 편명이 12시, 14시, 19시 3회 표기돼있다. [사진=신경진 기자]

6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 제2터미널의 출국안내판. 베이징발 평양행 고려항공 편명이 12시, 14시, 19시 3회 표기돼있다. [사진=신경진 기자]

6일 오전 평양으로 들어가려는 외신 기자와 관광객으로 가득찬 베이징 서우두 공항 제2터미널 고려항공 카운터. [사진=신경진 기자]

6일 오전 평양으로 들어가려는 외신 기자와 관광객으로 가득찬 베이징 서우두 공항 제2터미널 고려항공 카운터. [사진=신경진 기자]

북한이 9·9절을 맞아 방북하는 여행객에게 발급한 관광증. 관광 비자와 같다. [신경진 기자]

북한이 9·9절을 맞아 방북하는 여행객에게 발급한 관광증. 관광 비자와 같다. [신경진 기자]

9·9절을 앞두고 베이징 공항의 북한 탑승구도 크게 붐볐다. 중국발 단체관광객 방북 금지가 해제된 6일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 제2 터미널 고려항공 카운터는 분주했다. 이륙 2시간 전 수속을 기다리는 승객 60~70명 중 대부분은 서양인이었다. 공항 관계자는 “12시 항공편으로 170명, 오늘 하루에만 400명 넘게 들어간다”고 귀띔했다.
오후 2시 평양행 JS252편을 제외한 12시 JS222편과 19시 JS322편이 임시 증편된 6일 고려항공 직원은 고객의 요구사항과 수하물 수속을 돕느라 분주했다. 예정됐던 16시 임시편은 여행객모집 탓인지 최종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승객 중엔 9일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 취재를 위해 북한이 초청한 외신 기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연합조보 베이징 특파원은 “첫 방북이라 흥분된다”며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북한의 변화와 경제 발전상을 두 눈으로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1일 귀국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취재 일정이나 투숙 호텔에 대한 정보도 아직 통보받은 게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북한이 9·9절을 맞아 방북하는 여행객에게 발급한 관광증. 관광 비자와 같다. [신경진 기자]

북한이 9·9절을 맞아 방북하는 여행객에게 발급한 관광증. 관광 비자와 같다. [신경진 기자]

평양행 항공기 탑승을 기다리는 서양인 가운데에는 관광객이 많았다. 9·9절 행사에 맞춰 여행 패키지를 구매했다는 호주·독일 관광객은 열병식과 대규모 매스게임에 기대감을 보였다. 북한 안내자와 동행한 중국인 일행과 귀국하는 북한 주민들도 가끔 목격됐다.
 대만 취재진도 북한의 초대를 받아 눈길을 끌었다. 둥썬(東森)방송의 앵커 클레어 쉬(舒夢蘭)는 관광증을 보여주며 한글로 표기된 내용을 물었다. ‘민족별’이라 쓰인 난에 ‘대만’, ‘직장직위’에 ‘평양 혹은 신의주’라고 적혀 있었다. 쑤 기자는 “북한이 과연 비핵화를 할지 국제적으로뿐만 아니라 대만인도 관심이 많다”며 “10년 전 김정일 시대 평양을 취재해 봤는데 현재 김정은 시대 어떤 변화가 있는지 비교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10일까지 4박 5일 방북 일정 비용으로 북한이 8000위안(약 130만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북한 관리의 안내를 받아 출국장으로 들어서는 독일 국적의 교민은 "비즈니스를 위해 북한을 방문한다"며 "열병식이나 매스게임(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을 볼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월·수·금 주 3회 베이징과 평양을 오가는 중국 국적의 중국국제항공(에어 차이나)은 승객들이 늘어나자 대형기를 투입할 계획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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