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둔랍공약 한해가도 감감…"믿기 어렵다"|대통령선거때 내건 약속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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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대통령선거가 실시된지도 16일로 만1년, 폭력과 지역감정 등으로 얼룩졌던 선거만큼이나 여당의 공약도 무성했다. 그러나 당장 해낼 것 같이 떠벌린 공약사업 중에는 아직 손도 안댄 것이 수두룩하다. 더욱이 요란하게 기공식만 하고 오리무중이거나 중단된 채 해를 넘기고 있다. 또 타당성 없이 무턱대고 공약을 내걸었다가 전면 백지화된 것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곳곳에서 『표만 얻기 위한 속임수가 아니냐』는 원성이 높게 일고 있다. 해당 시·도 측은 중앙부처의 예산영달이 제때에 안돼 도리가 없다고 오히려 이맛살을 찌푸려 공약남발에 대한 책임이 흐지부지한 실정이다.

<대구·경북>
노대통령이 지난해 대통령선거때 내놓은 고향 대구시의 공약사업은 대구∼안동간 7km 국도포장, 종합문화예술관건립 등 10건.
이중 대구∼안동간 확·포장공사는 해를 넘긴 올해 착공계획이었으나 내년 2월께 설계용역이 마쳐질 예정인 가운데 서변인터체인지 및 금호대교 가설, 대구∼김해공항간 고속도로 조기건설, 대구박물관건립 등은 선거1년이 되도록 손도 대지 못한 상태.
게다가 부지 2만평·연건평 5천8백94평 규모의 대구종합예술회관은 올 연말까지 완공키로 장담해놓고 재원부족으로 작년말 25%공정에서 뼈대만 세우고 중단된 채 해를 거듭 넘기고있다.
이 때문에 사업비도 당초 1백40억원으로 잡았으나 엔화와 원화절상·건축자재비상 상승 등으로 60억원이 더불어 나자 올해 20억, 내년 30억원 등 50억원의 국고지원 약속이 흐지부지돼 시민원성이 높다.
경북도는 지난해 대통령선거때 자그마치 중앙 18건, 도자체 29건 등 47건의 선거공약을 남발했으나 이중 3건만 완공되고 나머지는 일부 도로공사의 경우 공사를 중단하거나 「찔끔 공사」만 한 채 해를 넘기고 있다.
울진군원남면도산리∼근남면산포리간 10km의 동해안도로공사는 당시 63억원의 예산으로 90년 완공계획아래 거창한 기공식을 했다.
그러나 공사예산이 8억원밖에 책정되지 않아 공사가 중단, 선거눈가림만 했고 영덕군강축면 도로 19.6km의 확·포장공사도 총공사비 4억4천5백만원 중 지원된 공사비가 1억8천만원에 불과해 공정 30%선에서 그쳤다.
그나마 경주∼영천간 2백84km의 도로는 착공조차 못한데다 영천시의 서천교 확장공사는 공사비 28억원 중 32%인 9억원 밖에 내려오지 않아 반쪽공사로 흉물로 남아있는 실정.

<충남·북>
충청도내에 주민숙원사업으로 내걸었던 대통령선거공약은 모두 13건.
사업내용은 청주시민회관건립·충주시립체육관건림 등 문화시설이 2건, 84년부터 계속된 청주국제공항 건설과 청주∼충주∼제천간 4차선 확·포장공사 등 도로사업이 무려 5건.
그러나 이중 제천지역의 대학실립만 확약됐을 뿐 나머지는 손도 안댄 가운데 기초단계에 머무르고 있거나 질질 끌고있다.
특히 옥천∼영동간 국도4차선 확·포장공사(30.5km)는 말 그대로 선거공약으로 사업추진계획은 오리무증.
충청도 관계자는 『속보이는 공약으로 도민들로부터 신뢰만 깨뜨리는 꼴이 됐다』고 한숨.
충남도의 대통령 선거공약사업은 모두 38건. 이중 중앙에서 할 사업이 29건이고 나머지 9건은 도자체 공약사업.
대전직할시와 서산시 승격은 이뤄졌으나 이밖에 대전∼금산∼진주간 고속도로건설은 사업비 2천9백억원만 정해놓고 공약과는 달리 타당성조사를 하고있어 주민들에게 실망만 안겨주고 있다.
38만8천평의 대덕군신탄진읍문평리 제3공단조성은 지난해 환경청이 타당성검토까지 마쳤으나 공업유치지역 신청만 한 채 상공부의 유치지역지정이 늦어 언제 공단이 조성될지 모르는 막연한 실정.
또 천안∼수원간 복선전철(55.5km), 청양첨단산업공단조성(50만평) 등도 선거공약으로 들먹였으나 착수기미마저 없어 기대에 부풀었던 주민들은 『해가 가도 소식이 없는 것을 보니 또 속은 것 같다』며 실의에 찬 표정.

<강원·제주>
강원도내 공약사업은 46건 중 36건은 중앙사업이고 7건은 도자체 사업으로 이에 소요되는 예산은 모두 2조1천6백54억원.
이 거대한 사업은 취임 1년 이내가 13건, 2∼3년내 10건, 임기내 23건, 93년 이후 계속사업이 13건.
그러나 건설부가 2천29억원을 들여 내년부터 93년까지 건설키로 했던 홍천댐은 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쳐 전면 백지화됐다.
이는 주민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타당성 없는 공약을 세웠다가 수몰피해를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로 계획이 바뀌어 탁상공약의 실례를 드러냈다.
더욱이 강원도 영동지방 영세자녀 등에 대한 기술인력양성을 위해 지난해 11월12일 선거운동이 한창일 때 강릉에 직업훈련원을 세우기로하고 성대한 기공식까지 가졌다.
그러나 89년말 완공계획인 이 공사는 건립부지가 공원용지로 농지전용 등 행정절차를 밟지 못해 건축허가는 고사하고 공중에 떠있는 실정.
제주도의 공약사업도 부진하기 그지없다. 작년 11월 제주에 온 당시 노태우 후보는 반도체 등 첨단무공해산업유치·모슬포 송악지구 군사시설부지 중 일부토지 주민불하 등 지역개발 5건, 관광개발 2건, 산업경제 4건, 문화체육부문 1건 등 12건을 공약했었다.
그러나 무공해 첨단산업유치공약은 1년이 넘은 이제야 겨우 대상적지조사에 나선 상태이며 송악산 군사시설 농지불하는 아직 실적이 없는 실정.
더욱이 송악지구의 관광개발대상지로 지정됐던 18만7천평에 대해서는 관광개발계획을 삭제해 버려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전남-북·광주>
전남의 경우 대불임해공단조성을 비롯해 서해안고속도로개설 등 굵직굵직한 공약사업만도 22건.
이중 도민관심을 모은 2백88만평에 사업비 1천7백억원의 대불공단은 지난 7·9·11월 3차례나 착공홍보를 줄기차게 해놓고도 아직 착공일정은 커녕 사업자 선정도 안된 상태.
대불공단과 함께 도민들이 기대했던 광양제철연관단지∼광양군직월면망덕리 남해고속도로간을 잇는 광양제철 제2산업도로(4.5km, 사업비 2백8억원)도 공약과는 달리 착공이 늦어지고 있다.
경남도가 하동쪽으로 개설을 요구해 전남과 경남도민간의 지역감정까지 자극시키고 있는 이 도로는 당초 공약보다 2년 늦은 오는 90년에나 착공될 예정.
특히 선거가 임박했던 지난해 12월9일 총사업비 35억6천만원을 들일 순천 문화예술회관 기공식을 성대히 갖고 1차 공사를 했으나 2차 공사는 올사업비 14억2천5백만원이 제때에 확보 안돼 공사가 중단된 실정.
광주시의 공약사업은 16건이나 사실상 백지화 상태. 대통렁이 약속한 주요사업은 송정도서관 건립·제2농산물도매시장건립·하남공단진입로 확포장·호남선고속전철화·전남대육성지원 등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공약은 내년 예산에 편성될 것인지조차 불투명한데다 지금까지 단 1건도 착수된 것이 없다는 것.
송정도서관건립 등 신규공약사업도 7건은 89년에 추진할 계획이고 나머지는 90년 이후 착수키로 돼있어 시민들은 『과연 실현가능성이 있느냐』는 회의적인 반응.
전북지역의 공약사업은 백제문화권조성·김제시승격·전주권개발 2단계사업·방화동 가족휴가촌건립 등 30여건.
그러나 방화동가족휴가촌건립은 13억3천2백만원의 국비지원이 늦어 연말에야 가까스로 착공될 전망.

<경남·부산>
대통령선거전 곧 시행될 것처럼 떠벌린 경남도민의 숙원사업들이 사업계획도 마련되지 않거나 늑장공사로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공약사업은 26건. 이중 도자체사업 7건 중 3건은 완료되고 나머지는 협의단계에 있다.
진주∼대전간 고속도로는 엄청난 예산이 든다는 이유로 경제성논란이 일면서 사업시행계획조차마련하지 않고 있다.
또 마산∼충무간을 이을 마산시내 산복도로는 찔끔 공사로 또 해를 넘기게 됐고 창원공단과 부마고속도로를 직통으로 연결할 불모산터널공사는 착공을 못하고있는 형편.
이밖에 국내최대휴양지인 부곡온천의 경우 현2차선 진입로를 4차선으로 확장키로 계획했으나 사업계획조차 마련 못해 주민들은 『선거공약은 선거만 끝나면 그만이냐』며 공약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부산시는 총 23건 중 4건이 완료되고 19건이 해를 넘기게됐다. 송정∼초명동 동서전철화 등 19개 미제사업은 사업계획준비 등으로 현재 착공을 못하고있어 남은 공약을 실천하려면 까마 아득한 실정.
완료된 사업은 행정구역확장·부산지역 생명보험회사설립·교통공단설립·훈령산 청소년시범야영장건립 등 시민들에게 직접 큰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예산이 크게 들지 않은 사업들.

<경기·인천>
노대통령이 인천시에 내건 공약은 9건. 이 공약은 대통령취임 1년 안에 2건, 나머지는 임기 중에 마무리 짓기로 공약했다.
취임 1년 안에 해결키로 한 것은 행정구역확장과 TV방송국 개설. 행정구역확장은 지난 2일 전국 12개시 승격과 함께 발표했으나 TV방송국 개설은 KBS의 경우 89년에 간이연주소로 설치하려했으나 그 계획이 전면 수정중.
서해안 고속도로사업은 올해부터 89년까지 타당성조사 및 실시 설계토록 돼있으나 현재까지 타당성 조사가 안되고 있다.
경기도의 공약사업은 중앙 26건, 도자체 14건 등 40건. 이 가운데 6개시 승격과 광명시 상수도문제 등 8건은 완료됐고 시흥지구개발 등 6건은 진행중이다.
경기도는 이미 완료됐거나 추진중인 13건이외 경기전철복선화 등 나머지 15건은 90년 이후 임기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혀 타지역과 달리 수도권지역의 대통령선거공약사업이 활발해 지역간 차이까지 엿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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