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력갱생 탈피… 대외경협 강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84년9월 「합영법」을 실시하여 외국의 기술·자본 유치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던 북한이 지난달 합영 공업부를 설치, 대외경제협력 노력을 강화하고있다.

<「수입 위한 수출」바꿔>
북한은 통상 대외관계에 있어 이념·정치·군사 등을 우선시켜 무역도 자력갱생의 원칙에 따라 「수입을 위한 수출」정도로 소극적 입장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체 대외경제관계에 중점을 두려는 노력이 엿보여 북한이 대외관계를 보는 기본시각도 변하고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즉 북한의 주요파트너인 소련·중국과의 관계가 과거의 원조개념에서 쌍무적인 협조와 무역개념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소련의 경제관계는 86년 10월 김일성의 방소를 계기로 크게 강화되었다. 이때 「향후 2천년까지의 상호경제협력 강화」가 합의되었으며 같은 해 12월 정무원부총리 김복신이 소련을 방문, 86∼90년간 무역규모를 81∼85년 대비 2배 증가, 원자력발전소 건설 등 19개 경제사업 추진 등을 약속 받았다.
이에 근거하여 소련이 기술과 설비를 지원하고 북한에서 제품을 생산, 공급하는 「새로운 경제협력」이 거의 모든 경제분야에 걸쳐 추진되었다.

<임산 노동자 대거 보내>
평양과 고리키시 사이의 합영 공작 기계공장 건설, 연간1백만 입방m의 원목생산증대·펄프·제지·가구생산 공동기업소 건설합의, 남포·원산 등지의 소련선박 수리, 소련지원에 의한 북한경공업 기업소에서의 의복·편직물·생필품 관련 소재생산, 소련인들의 ,북한 관광과 휴양을 위한 편의시설 건설, 그리고 소련 원동지역에 북한의 새 「여관중합체」를 건설하는 것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북한은 시베리아 진출과 관련, 15개 임산 사업소를 설치하여 1만8천여 명의 노동자를 진출시킨데 이어 최근에는 농업기술자도 보내 채소류의 생산에도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대소경제관계를 축으로 합영 방식에 의한 공장이 대거 등장함으로써 북한의 합영 공업부가 신설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북한·소련 무역량이 85년 이후 13억 달러 선을 넘어서면서 소련이 북한의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30∼40%에 달하고 있는 것도 이감은 추세를 반영한다. 양국의 무역 고는 80년대 초까지 7억∼8억 달러 선에 머물러왔다.

<지방끼리 교류 활기>
한편 북한·중국과의 경제관계는 80년 6억7천만달러의 수출입 실적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5억∼6억 달러 수준에 맴돌아 소련 쪽에 비해 뒤지고있다.
그러나 올 들어 북한·중국간 「변경무역」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김일성(87·5) 이근모(87·11)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지난 2월 양측은 무역관계 의정서를 조인하고 무역확대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는 보도들이 쌍방무역의 활성화를 점치게 한다.
최근 북한·중국경제관계의 특징인 변경무역은 국가계획에 따른 무역과는 별도로 양측의 지방행정단위를 주체로 진행된다.
전형적인 한 예로서 북한 신의주시와 중국 단동시는 연간 1천7백만 달러 상당의 무역고를 기록해왔으며 지난 4월에는 「1일 관광권」으로 상호개방하기도 했다.
양측의 변경무역 확대에 따라 종래 함북·양강도와 길림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것이 평북과 요령성 등 한만 국경의 전지역이 무대로 등장하고있다.
더구나 소련의 시베리아개발, 중국의 요동반도 개방 등이 맞물려 북·소·중의 3각 변경무역이 점차 발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료들 굼뜬 행동 문제>
그러나 아직까지 북한의 대외경제협력 수준은 출발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84년 이후 합영 실적이 22건, 그나마 재일 조총련 상공인과의 합영이 16건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유일한 서방측 합작 선이던 프랑스 측 기업마저 양각도 호텔 건설사업에서, 철수한 상태여서 북한의 대외경제진출은 사회주의 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의 무역실적도 전년대비 9%증가에 그쳐 제3차7개년 계획의 연평균목표 증가율 18.1%에 크게 미달하고있다.
이 같은 「낮은 실적은 소련 측에 의해 북한의 정책상 미비와 관계행정관료들의 「굼뜬 행동」때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방과의 합작경험이 풍부한 중소와의 협력은 북한에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그것은 『경제계획 달성에 있어 수출 증대가 필수적』이라는 자체 평가 이상으로 북한 자체의 개방·개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기 때문이다. <전택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