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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지원사 훈령 들여다보니…동향관찰 방지책 강화, 감청 논란은 그대로

중앙일보

입력

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국군기무사령부 청사에서 열린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창설식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남영신 초대 사령관에게 부대기를 이양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국군기무사령부 청사에서 열린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창설식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남영신 초대 사령관에게 부대기를 이양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공개된 군사안보지원사령부(옛 국군기무사령부) 훈령은 신원조사 범위, 정치적 중립 확보, 특권의식 철폐 등을 구체화하는 데 집중했다. 기무사 폐단을 극복하는 데 이 3가지에 대한 대책이 우선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對)국가전복·감청·대통령 독대 기능 등 다른 핵심 논란 사안과 관련해 별다른 규정이 없어 일각에선 반쪽 훈령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훈령에 따르면 신원조사의 경우 특정 인원과 예외적 상황을 명시했다. 원칙적으로 장군이나 장군 진급 대상자, 3급 이상 군무원, 장관이 지정하는 중요 부대 지휘관 등을 대상으로 삼고, 보안·방첩 분야에서 문제가 식별될 때 일반 군 관계자에 대해서도 신원조사가 가능하다. 수집된 불법 및 비리 정보를 인사자료로 제공하려면 신원조사 대상자에게 소명기회를 주고, 그 내용을 신원조사 결과자료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항목도 들어있다.

기무사의 월권이 일반 군인과 군무원의 사생활을 무차별적으로 캐는 기존 동향관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특히 이 같은 동향관찰이 인사 시 존안자료로 활용돼 상당한 비판을 받아왔다. 남영신 안보지원사 초대 사령관은 “동향관찰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권한이었다”며 “기존 존안자료는 검토 후 필요한 건 기록물 보관소로 이관하고 수사에 필요한 것만 가지고 있겠다”고 말했다.

안보지원사의 정치적 중립 준수와 민간인 사찰 금지를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정치개입, 국민 기본권 침해 행위 등 부당한 지시를 받으면 이의를 제기하고 신고자를 보호하는 절차가 대표적이다. 또 감찰실장은 사령관의 감찰 지시가 있거나, 스스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자체 감찰을 실시할 수 있다. 남 사령관은 “이의제기 절차는 이전에 없던 제도로 처음 만들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초대 감찰실장은 현직 부장검사급인 이용일 여주지청장이 맡는다.

훈령에는 특권의식 배제 조항이 신설되기도 했다. 예컨대 사령부 소속 모든 군인은 예외 상황을 제외하면 부대 내에서 군복을 착용해야 한다. 사령부 요원이 일선 부대에서 계급과 직책에 맞지 않는 좌석을 요구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회의 및 모임 등에 참석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보안 감사 명목으로 불필요한 자료제출을 요구해서 안 된다는 조항도 담겼다. 남 사령관은 “보안 감사 등 처벌이 아닌 보안 컨설팅과 같은 지원 업무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갑질 최소화 차원에서 기무사 상주 사무실은 기존 연대급에서 폐쇄되고 군단·사단급에서만 유지된다.

그러나 훈령에는 대국가전복과 이를 위한 감청 기능에 대한 명시가 없다. 통상 4개월에 한 번씩 대통령의 포괄적 승인으로 획득된 기무사의 군 통신 감청 권한이 별다른 변동 없이 유지된다는 의미다. 안보지원사 역시 대국가전복 임무를 위해 감청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남 사령관은 “대국가전복은 기능이 아닌 보안·방첩 임무에 포함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선 무제한 감청 기능이 다시금 무차별적 감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기무사 개혁위원회는 지난달 “군 통신 감청에 대해서도 영장 발부라는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고 조언한 바 있다.

훈령은 또 개혁위가 권고한 대통령 독대 관행 폐지도 다루지 않았다. 이에 남 사령관은 “우리는 국방부 장관의 부하”라며 “청와대 보고는 반드시 장관을 거쳐서 하겠다”고 공언했다. 국방부는 현 정부의 기무사의 무(無)독대 기조가 앞으로도 유지된다면 이 같은 관행이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 예비역 인사는 “과거 정권에서도 비슷한 다짐이 있었다”며 “사령관과 통수권자의 의지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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