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 대회 마지막이 되면 그는 늘 눈물을 펑펑 쏟았다. 하지만 더이상의 눈물은 없다. 이제 남은 건 한 경기다.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26·토트넘)이 목표 달성까지 단 한 경기 남았다. 1일 열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을 앞둔 손흥민은 "이제 여기까지 와서 못 하면 바보다. 선수들도 마찬가지고 저도 그렇고 특별히 각오가 필요 없을 만큼 뒤도 없다"고 말했다. 동생 선수들의 의지를 불태우는 역할을 하던 '캡틴 손'에겐 목표 달성까지 이제 한 관문만 남겨뒀다.
손흥민에게 국가대표 메이저 대회는 '눈물의 잔혹사'다. 2010년 12월 A매치에 데뷔한 손흥민은 이후 월드컵과 아시안컵, 올림픽에서 대표팀 에이스 역할을 맡아왔지만 웃는 경우보다는 눈물을 흘린 적이 훨씬 더 많았다.
2011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 손흥민은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진 뒤 굵은 눈물을 흘렸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엔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눈이 퉁퉁 부을 만큼 펑펑 울었다. 2015년 1월 호주 아시안컵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1-2로 패해 준우승한 뒤에도, 2016년 리우 올림픽 8강 온두라스전에서 0-1로 진 뒤에도 그는 눈물을 흘렸다. 지난 6월 러시아 월드컵 2차전 멕시코전에서 1-2로 패한 뒤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눈물을 펑펑 쏟았던 모습도 팬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손흥민은 “눈물이 많은 편이다. 간절하게 원하던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화가 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승부욕이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러시아 월드컵 당시 독일과의 3차전에선 90분 동안 10.4㎞를 달리면서 쐐기 골까지 터뜨려 2-0 승리를 이끌었다. 독일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에도 그는 눈물을 흘렸다. 손흥민은 “내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아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독일전에서 이긴 뒤에도 눈물을 흘린 건 응원해주신 국민을 향한 감사의 표시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을 향한 시선은 매우 뜨겁다. 특히 영국 등 해외 언론에서 이번 한일전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다. 금메달을 딸 경우, 병역 문제가 해결되면서 가치가 폭등할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가디언과 더 선 등 영국 언론들은 ‘손흥민이 군 면제까지 딱 1경기 남겨뒀다’고 전하고 있다. 여러 부담을 잘 이겨내고 이란,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 가시밭길마다 있는 관문을 잘 통과하는데 기여한 손흥민은 이 '1경기'에서 꼭 환하게 웃으려 한다. 그는 "여태까지 슬픈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는데 이제 정말 대한민국에 기쁜 뉴스를 보내드리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카르타=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