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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고전 『여성의 신비』를 읽는 법

중앙일보

입력



[책 속으로]페미니즘의 방아쇠를 당기다
김진희 지음, 푸른역사

서지명 기자 seo.jimyeong@joongang.co.kr

『여성의 신비』는 1963년 미국에서 출간된 페미니즘계의 고전이다. 미국에서만 300만 부가 넘게 팔렸으며, 미국 여성운동의 불을 지폈다. 『페미니즘의 방아쇠를 당기다』는 한국에서는 이미 절판된 이 책을 조목조목 뜯어 보는 해설서다.

 『여성의 신비』 저자인 베티 프리단(1921~2006)은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이자 페미니즘계의 대모로 평가받는다. 유대인으로 태어나 백인 중산층 주류 사회에 받아들여지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차별과 무시를 각오하고 유대인임을 드러냈고, 여성이기에 겪어야 하는 불편함과 부조리함에 주목했다. 『페미니즘의 방아쇠를…』은 그런 프리단의 삶과 20세기 중반의 미국사회, 프리단의 책 『여성의 신비』가 가져온 파장 등을 꼼꼼히 짚었다.

 저자 김진희씨는 프리단의 책 제목인 '여성의 신비'라는 표현이, 어머니·아내·주부 등 가정에서의 역할과 정체성만을 여성들에게 주입하기 위해 작동하는 사회적인 힘을 뜻한다고 설명한다. 여성의 신비는 어떤 시대, 어떤 목적으로든 끊임없이 작동돼 왔다. 이를 거부하고 여성이 아닌 그저 한 개인의 삶을 살라는 게 프리단의 주문이었다.

 하지만 『여성의 신비』는 필독서인 동시에 문제작이다. 미국의 여성운동을 촉발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크다. 하지만 여성운동을 중산층 백인 중심의 기득권 여성들의 운동으로 한정했다는 점과 가정주부의 삶을 깎아내리는 등 가정의 역할과 가치를 낮춘 점은 한계로 꼽힌다. 의미와 한계가 공존한다는 얘기다.

 페미니즘이라고 하면 괜히 움츠러들고 입을 다물게 된다면 교과서처럼 읽어봄 직하다. 시간이 없어 발췌독한다면 1부보다는 2부를 권하며,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만으로도 내용이 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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