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정부 R&D 예산 20조원 시대를 열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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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20조원 시대를 연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9년도 R&D 분야 예산안은 올해보다 3.7%가 늘어난 20조4000억원 규모로, 2008년 10조원을 넘긴 이후 11년 만이다.

‘R&D예산 20조원 시대’의 도래는 단순히 최고치 경신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미래 선도기술을 개발하고, R&D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의지이다. 참여정부 시절 정부 총지출 증가율을 상회하던 R&D 예산은 최근 3년간 1%대 증가율로 정체기를 거쳤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사실상 감액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우리나라 R&D 투자가 정체기에 머무는 동안에도 기술 환경은 급속도로 변화돼왔으며 기술 선점을 위한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주요 선진국들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정부 R&D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해 신기술을 통한 경제성장과 혁신역량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8년 예산만 보더라도 일본은 R&D 예산을 전년 대비 22%, 미국도 7% 이상 확대했다.

내년 정부 R&D 예산 20조원 달성은 ‘혁신성장 가속화’와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부의 강한 의지의 표명이다. 먼저 미래자동차, 스마트시티 등 8대 혁신성장 선도사업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R&D뿐 아니라 기술-인력-법·제도 개선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또한 플랫폼 경제 구현을 위해 데이터·AI·수소경제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혁신인재 양성에 역점을 두었다. 연구자 주도 창의 기초연구 사업에도 올해 대비 19% 증가한 1조7000억원을 지원한다. 그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기후변화, 재난재해 등 사회 이슈 해결을 위한 예산도 확대하여, 국민이 일상에서 R&D 성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R&D 20조원 시대를 열며, 기대감만큼이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R&D 성과는 일반적으로 투자 규모에 비례하지만, 그보다 연구자들의 책임감과 절실함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는 재능 있고 헌신적인 연구자들에게 20조원의 R&D 예산이 지원될 수 있도록 새로운 각오로 임해야 한다. 연구 현장의 부정 비리 방지는 물론 그동안 외부에서 지적된 ‘경직된 연구환경’, ‘나홀로 연구’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R&D 예산 확대뿐만 아니라, 7월 말 발표한 ‘국가 R&D 혁신 방안’이 주도면밀하게 추진되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R&D 혁신을 통해 국가&D시스템 전반이 ‘사람’을 중심으로 고도화돼야 하고, 파괴적 혁신 역량을 축적해 나감은 물론, 전략적인 R&D 예산 투자를 통해 값진 열매를 수확해내며, 그 열매를 바탕으로 경제성장과 국민의 삶이 개선되는 선순환이 자리 잡아야 한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인 R&D 20조원이 부디 국민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좋은 씨앗이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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