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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기촉법 재입법이 필요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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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

자나 깨나 일자리 걱정이다. 미·중 무역 전쟁, 유가 상승, 금리 인상 등으로 대외 경제 여건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대내적으로는 내수침체, 투자 감소 및 고용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침체 상황이 지속하면 부실기업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조기에 부실기업을 정상화해 국민경제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구조조정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와중에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도산법)과 함께 기업구조조정 제도의 양대 축이었던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지난 6월 말로 실효됐다. 기촉법은 도산법에는 없는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신규 자금 지원이 용이하다. 도산법 체제에서는 기존 업무 관행과 회수 불확실성 등에 따라 금융기관과의 거래 유지나 신규 자금 지원이 매우 제한적이다. 그러나 기촉법하에서는 기존 여신 거래 유지 및 신규자금 지원 등이 보다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둘째, 기촉법은 협력업체의 연쇄 부도를 줄일 수 있다. 도산법 제도만 존재할 경우 원칙적으로 기존 상거래 채권도 분할상환, 만기연장 등 채무 재조정의 대상이 되므로 중소 협력업체의 연쇄부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기촉법에서 일반 상거래 채권은 채무조정 대상이 아니므로 협력업체의 도산을 막을 수 있다.

셋째, 기존 영업기반의 유지가 가능하다. 도산법 하에서의 회생절차 신청은 회사 존속성에 대한 신뢰 하락, 신규계약 미이행 가능성 등의 우려로 신규 영업추진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반면, 기촉법하에서의 ‘워크아웃’ 절차는 금융채권자의 자율적 합의를 바탕으로 진행돼 영업기반의 유지에 보다 유리하다.

2009년 이후 부실 징후 기업으로 선정된 대기업 중에서 워크아웃 또는 회생절차 신청 기업을 분석한 결과, 워크아웃 신청 기업이 회생절차 신청 기업보다 인력 감축, 협력업체 및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기촉법 고유의 장점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우수한 기술력과 영업망을 보유한 기업이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도산 위험에 처한 경우 기촉법이 없다면 해당 기업은 신규 자금지원 없이 기업 자체의 자산과 현금흐름 등 자력으로 경영 정상화를 달성해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회생절차 신청을 통해 기업 재건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 회생절차 신청 시 원재료나 설비 등을 공급해 온 기업들의 연쇄도산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대규모 일자리가 사라진다. 물론 금융기관도 대규모 손실을 떠안게 된다.

따라서 기촉법에 의한 구조조정은 도산법의 회생절차와 상호보완적 관계로서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는 기업의 선택 폭을 넓혀주고 기업의 회생률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하겠다. 부실기업 발생에 따른 위험을 제도적 차원에서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촉법의 재입법화 또는 상시화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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