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봉투"교육제도 개선 없인 근절 안 된다"「교사-학부모의 관계 정립 위한 모임」서 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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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기적 발상에서 거래되는 교사와 학부모간의 돈 봉투는 학교 교육을 파행적으로 이끌 뿐 아니라 교원지위향상에도 장애가 되고있다.
이 같은 개인 채널의 음성적 거래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교육자치제 실시·기부금제도 양성화 등 교육제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학생보호운동을 벌이고 있는 서울YWCA는 29일 오후 2시30분 중흥당에서「왜 봉투를 주십니까」를 주제로 한 교사와 학부모간의 바른 관계정립을 위한 학부모 모임을 개최, 망국 병으로까지 일컬어지고 있는 돈 봉투 문제를 논의했다.
서울Y가 서울시내 초·중·고교학부모 4백56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금전사례에 관한 실태조사」에서 90.1%인 4백11명이 금전사례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응답자의 85.1 %가 자기 집을 갖고 있으며, 대졸이상 학력자가 55.7%, 응답가구주의 월 소득이 80만원이상인 경우가 58.4%로 중산층 이상에 치중된 조사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달갑지 못한 숫자다.
가구주의 월 소득이 40만원 미만인 경우에도 65%에 달하는 13명이 금전사례 경험을 가지고 있었으며, 40만∼60만원 미만인 경우 71.6%, 60만∼80만원 94.3%,80만∼1백만 원 미만 93.3%,1백만 원 이상은 95.5%가 금전사례를 하고 있어 소득과 관계없이 일반화된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금전사례를 하는 이유로는 감사표시가 48.2 %로 가장 많으나 자녀에게 각별한 관심을 바라는 이기적 생각이나(21.9%) 교사의 은근한 바람(3.7%), 성적 영향(0.7%)을 꼽는 이도 적지 않았다.
금전사례는 만날 때마다(19.7%)하거나 두 번에 한번 꼴(21.7%)이 많았는데 액수는 3만∼5만원(63.2%)이 대부분.
박상호 교수(성신여대·교육학)는 우리에게는 전통적으로「책거리」미풍이 있었음을 상기시키고『돈 봉투에 조건이 붙는다면 근절돼야 마땅하나, 돈 봉투의 근절이 교사-학생, 교사-학부모간의 따뜻한 정의 흐름까지 막지는 않도록 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임희아 씨(서울Y Y틴부 위원)는 현재 고교2년 생인 아들이 국교1년 때부터 고교1년 때까지 돈 봉투를 주위의 권유로 줄 수밖에 없었다』고 실토했다.
허명화 씨(서울Y Y틴 위원)는 『싱가포르·독일 등 외국에서는 개인채널의 금전사례는 교사에 의해 단호히 거부되며, 선물도 스승의 날에 극히 소액의 선물만 가능하다』고 경험담을 소개하고 한국에 돌아온 후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 놀랐지만 자녀를 믿고 안 갖다주는 엄마」로 소신 있게 대처하고있다』고했다.
노웅희 교사(서울 공항 고)는 『교사들은 ▲거절곤란 ▲가난한 학생을 보살피는 등 학급경영도움 ▲낮은 급료로 생활에 도움 등의 이유 때문에 돈 봉투를 받고있다』고 분석하고『사실상 돈 봉투가 횡행하는 곳은 대도시, 그중 에서도 서울강남 8학군에 집중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교사의 불명예가 되고있다』고 말했다.
그는『교육자치제 실시 등 학부모의 권리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근본적 치유가 가능하다』고 내다보고 우선적으로 ▲육성회 및 특별 육성회비공개 ▲학군제조정 ▲사립학교 학생선발 권 인정 등을 주장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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