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완의 드루킹 수사 … 이래선 여론 조작 못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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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허익범 특별검사팀 수사가 끝났다. 자발적으로 기간 연장을 요청하지 않았고, 어제 결과 발표까지 했다. ‘드루킹’ 김동원씨 측근 두 명을 구속 기소하고 김경수 경남지사를 불구속 기소한 게 특검팀 수사의 핵심 결과다. 김 지사가 댓글 조작에 공모하고(업무방해), 김씨 측에 공직 천거를 대가로 선거에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다(공직선거법 위반)는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이번 특검팀의 수사를 실패로 보는 시각이 많다. 김 지사를 구속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보는 것이다. 지난 봄 드루킹 일당의 인터넷 기사 댓글 조작에 김 지사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자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물론 김 지사의 독단적 행동이었을 수도 있다. 문제는 특검팀이 캠프 관계자 조사 등 의혹 해소에 필요한 수사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사 기간 연장 포기는 그만큼 수사 의지가 없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제 사건은 다시 검찰로 넘어간다. 하지만 남은 의혹 규명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경찰이 김 지사 금융거래 내역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자 퇴짜를 놓았던 게 검찰이다.

이 사건은 여론 조작이 민주주의 공론 질서를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점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그래서 국회에서 특검법을 만들고 수사비 31억원을 내줬다. 하지만 정치적 공방만 요란했고, 조작의 실체는 여전히 모호하다. 이렇게 사건의 막이 내려진다면 다음 선거에서도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는 여론 조작이 횡행할 가능성이 크다. 업무방해는 무겁게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 선거에서 이긴 쪽은 검찰과 경찰이 감싸준다는 것, 그리고 특검 수사를 해봐야 별것 없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학습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선거 여론 조작은 영원히 막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