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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남북평화의 길 달리는 ‘뚜르 드 디엠지 201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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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오는 31일 ‘뚜르 드 디엠지(Tour de DMZ) 2018’의 막이 오른다. 서해(경기도 강화군)에서 동해(강원도 고성군)까지 총 479㎞에 이르는 비무장지대(DMZ)와 접경 지역을 누비는 국제 자전거 대회다. 이 대회가 민족 분단의 상징이자 냉전의 마지막 현장인 DMZ를 평화와 통일이라는 큰 길로 안내할 것으로 기대한다.

기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지난해 열린 대회를 생각하면 감회가 새롭다. 당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로 한반도 정세는 일촉즉발의 형국이었다. 선수단의 안전을 우려해 대회 참가를 포기하는 국가가 속출했다. 하지만 달리 설득할 방법조차 없었다. 불과 1년 만에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올해 대회에선 지난해 불참을 결정했던 미국과 멕시코를 비롯해 프랑스·네덜란드 등 유럽의 강팀이 참가해 건각(健脚)을 자랑할 예정이다.

그렇게 꽉 막혔던 남북관계가 올해 초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을 통해 평화의 물꼬를 텄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도 개최됐다. 지난 18일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남북의 젊은이가 한반도기를 높이 든 채 손을 맞잡고 입장했다. 또 금강산에서는 남북 이산가족이 눈물의 상봉을 하며 보는 이의 눈시울을 붉혔다. 이처럼 우리 겨레는 지금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 이제 서해는 군사적 위협이 없는 ‘평화의 바다’로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가 정착되면 경기도와 강원도의 접경 지역에 ‘통일경제특구’도 설치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기념사에서 힘줘 말한 ‘분단을 넘어선, 평화와 번영’의 큰 길로 ‘뚜르 드 디엠지’ 국제 자전거 대회가 앞장서 달려갈 것이다. 좀 더 욕심을 내자면 가까운 미래에 북한의 자전거 선수도 대회에 참여하길 바란다. 남북관계가 진전돼 자전거 경주 구간이 DMZ와 인접 지역까지 확대되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나아가 이 지역의 지뢰까지 제거할 정도로 남북의 신뢰가 깊어지면 ‘뚜르 드 디엠지’는 세계에서 가장 멋진 자연환경에서 벌어지는 대회가 될 것이다.

인도의 민족운동 지도자 간디는 이렇게 말했다.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곧 길이다.” 이제 한반도는 간디가 말한 평화의 길을 가야 한다. 평화란 그저 조용한 상태가 아니다. 더욱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경주하는 과정 자체가 평화다. 온 겨레가 한마음으로 전쟁의 위협을 막아야 한다. 올해 개최되는 ‘뚜르 드 디엠지 2018’은 그렇게 평화의 길로 달려갈 것이다. 한반도의 공존과 공영에 도착할 때까지 말이다. 참가 선수들이 평화의 전령이 되어 전 세계로 달려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격려와 관심을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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