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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안 된다” 전두환 회고록에 의문 제기한 재판장

중앙일보

입력

전두환 전 대통령과 지난해 4월 출간된 '전두환 회고록'. [중앙포토]

전두환 전 대통령과 지난해 4월 출간된 '전두환 회고록'. [중앙포토]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습니다.” (재판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전두환(87) 전 대통령이 27일 열린 자신의 형사재판에 끝내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서는 전 전 대통령이 불출석 사유로 밝힌 알츠하이머가 논란이 됐다.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를 2013년 전후로 앓았다고 하는데, 회고록은 2017년 4월 출간했는데 모순 아닌가요.”(재판부)
“증세가 더 악화하기 전에 준비하다 보니까 급하게 출간했습니다. 일부는 이전에 초본 작성한 부분 있었습니다.”(변호인)

재판을 맡은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는 전 전 대통령 주장대로 2013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면, 2017년 출간한 회고록을 쓸 수 없었지 않았겠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전두환 회고록』이라는 회고록을 출간했다.

이에 전 전 대통령 대신 법정에 나온 정주교 변호사는 “회고록은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은 2013년 이전부터 준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회고록을 준비한 것은 오래전이다. 회고록을 준비하면서 2013년 가족들이 이상 증세를 보고 병원에 가서 검진했더니 알츠하이머를 확인했다. 증세를 보인 것은 2013년보다 몇 해 전이다”고 말했다. 회고록이 이미 알츠하이머 증세가 나타나기 전부터 쓴 것이고, 최근 증세가 심각해지자 집필을 서둘러 마치고 출간했다는 것이 정 변호사의 주장이다.

정 변호사는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앞으로 재판에도 전 전 대통령이 불출석하겠다고 밝혔지만,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까지 출석해달라고 요구했다. 전 전 대통령 주장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다시 확인해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전 씨 측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건강상의 이유 등을 들며 재판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전 씨 측은 A4용지 2장 분량의 입장문을 통해 “(전씨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정상적인 진술과 심리가 불가능한 상황이고, 가족들이 왕복하는 데만 10시간 걸리는 광주 법정에 무리하게 출석하는 것을 걱정해 재판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전씨의 부인 이순자 씨는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전 전 대통령이 2013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뒤 지금까지 의료진이 처방한 약을 복용해 오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현재 인지 능력은 회고록 출판과 관련해 소송이 제기돼 있는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들어도 잠시 뒤 기억하지 못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또 1995년 옥중 단식과 2013년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재산 압류 소동 등 극도의 스트레스를 발병의 배경으로 밝힌 뒤 “그동안 적절한 치료 덕에 증세의 급속한 진행은 피했지만, 90세를 바라보는 고령 때문인지 최근 인지능력이 현저히 저하됐다”고 했다.

이날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 불출석으로 인정신문, 공소사실 확인 등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재판을 마무리했다.

전 씨의 다음 재판은 10월1일 오후 2시30분으로 결정됐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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