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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전4기'…그리던 김천 수도산에 보금자리 꾸민 반달곰

중앙일보

입력

수도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 KM53이 산속으로 뛰어가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수도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 KM53이 산속으로 뛰어가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27일 오전 11시 경북 김천시 증산면 수도리의 수도산 해발 800m 지점.

헬멧을 쓰고 방패로 몸을 보호한 사람들이 철제 이동식 케이지(Cage) 주변에 모여 있었다.

잠시 후 케이지의 문을 열자 제법 몸집이 나가는 곰 한 마리가 밖으로 나왔다.
곰은 잠시 사람들을 경계의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몸을 돌려 곧장 산으로 뛰어들어갔다.

반달가슴곰 KM53을 방사하기 위해 이동식 케이지를 옮기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반달가슴곰 KM53을 방사하기 위해 이동식 케이지를 옮기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에서 세 번이나 탈출해 수도산으로 이동했던 반달가슴곰 KM53이 마침내 수도산에 새 둥지를 틀었다.

환경부는 반달가슴곰 KM53을 이날 수도산에 풀어줬다.
KM은 ‘Korea Male(한국산 수컷 곰)’의 약자로, 53은 곰의 관리번호를 뜻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문광선 남부복원센터장은 “이번에 방사한 곳은 KM53이 지리산을 탈출해 두 번째로 수도산에 왔을 때 생활했던 곳으로 참나무와 같이 반달가슴곰이 좋아하는 먹이가 많다”며 “KM53에 부착한 전파 발신기를 통해 모니터링 해보니 방사 이후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서식지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고속버스에 충돌해 앞다리 부러지기도 

교통사고로 치료 중인 반달가슴곰 KM53.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교통사고로 치료 중인 반달가슴곰 KM53.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KM53은 2015년 1월 기술원에서 태어나 그해 10월 지리산에 방사됐다. 환경부는 지리산 일대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I급인 반달가슴곰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리산에서 생활하던 KM53은 지난해 6월 지리산에서 탈출해 90㎞ 떨어진 경북 김천 수도산(1317m)에서 잡혔다. 두 달 뒤 다시 지리산에 풀어줬는데 또 탈출하다 포획됐다.

지난 5월 5일에는 지리산을 떠나 경북 김천 수도산으로 세 번째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다 대전통영고속도로에서 100km로 달리던 고속버스 범퍼에 부딪혀 왼쪽 앞다리가 으스러졌다.
이후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으로 옮겨진 KM53은 왼쪽 앞다리 복합골절 수술을 받았고 회복에 전념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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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KM53의 재활 경과가 좋아지면서 관련 전문가, 지자체 등과 함께 방사 문제를 논의했다.

그 결과, KM53의 야생성이 사라지기 전에 가급적 빠른 시기에 방사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고 수도산을 방사 장소로 결정했다. 결국, KM53이 그토록 원하던 수도산으로 가게 된 것이다.

주민 설명회 열고 ‘곰 대처 요령’ 알려 

수도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 KM53.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수도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 KM53.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야생곰을 산속에 풀어주는 일인 만큼 방사 과정은 쉽지 않았다.

환경부와 종복원기술원은 지난 20일과 22일 방사 장소 주변의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곰을 만났을 때 대처 요령 등을 안내했다.
또, 반달가슴곰이 머물 수도산 일대에 대한 집중적인 올무 수거 활동도 펼쳤다.

변상윤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사무관은 “곰에 대한 걱정보다는 야생 멧돼지들에 곰에 밀려서 마을에 내려와 농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며 “주민과의 안전한 공존을 위한 다양한 활동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1일부터 이틀간 수도산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김천 공존숲 생물다양성 탐사 프로그램’도 KM53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환경부와 종복원기술원은 7명의 전담팀을 구성해 KM53이 올겨울 동면에 들 때까지 새로운 서식지에 잘 적응하는지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정종선 환경부 자연보전정책관은 “KM53이 작년에 두 차례나 지리산에서 수도산까지 이동한 것은 반달가슴곰 서식지의 자연적 확대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며 “이번 방사 후 KM53이 수도산에 머물러 있든 다른 곳으로 이동하든 서식지 확산 측면에서 갖는 의미가 크므로 방사 후 이동 경로와 야생적응과정을 적극적으로 관찰해 새로운 서식지 환경에 안전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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