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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무에, 로드킬에…지리산 벗어나면 사고 당하는 반달가슴곰

중앙일보

입력

올무에 걸려 숨진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올무에 걸려 숨진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을 벗어나 광양 백운산에서 활동하던 반달가슴곰이 올무에 걸려 숨진 채로 발견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광양 백운산 지역에서 활동하던 반달가슴곰(KM-55)이 올무에 걸려 숨진 채 발견됐다고 14일 밝혔다. KM-55는 2016년에 홀로 지리산을 벗어나 전남 곡성군 섬진강 부근에서 생활하다가 지난해 7월부터 백운산 일대에서 활동해 왔다.
지난달에는 광양시 다압면 고사마을의 한 양봉 농가를 습격해 벌통 1개와 시설물을 부순 뒤 벌꿀과 유충을 먹고 달아나기도 했다.

다래덩쿨에 감긴 올무.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다래덩쿨에 감긴 올무.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측은 위치추적을 위해 부착한 발신기로부터 이상음이 수신돼 14일 오전에 현장을 확인한 결과, 오른쪽 앞발에 걸린 이동형 올무가 다래 덩굴에 엉켜 바위틈에서 숨져 있었다.
이동형 올무란 나무 등에 고정시킨 것이 아니라, 길이 1m 정도의 절단목에 와이어형 올무를 달아 놓고, 야생동물이 올무에 걸린 채 돌아다니다 폐사하게 만드는 올무를 말한다.

기술원은 그동안 관계기관과 함께 백운산지역 서식지 안정화를 위해 불법 올무 등을 수거해 왔으나, 미처 제거하지 못한 올무가 남아 있어 KM-55가 희생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문광선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센터장은 “올무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다가 상처가 더욱 심해지고 먹이 활동도 못 하면서 3~4일 전에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단은 불법 올무 설치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반달가슴곰을 비롯한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주민 협력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고속버스와 충돌해 앞다리 부러지기도

교통사고를 당해 치료를 받은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교통사고를 당해 치료를 받은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반달가슴곰이 지리산을 벗어나 사고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5일에는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함양분기점 인근에서 반달가슴곰(KM-53)이 고속버스와 충돌해 교통사고를 당한 뒤 왼쪽 앞다리가 부러진 상태로 경북 김천 수도산 방향으로 이동했다.
기술원은 11일 경남 산청 태봉산에서 이 반달가슴곰을 포획해 치료했다.

“확대된 서식지 관리 방안 필요”

지리산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기술원은 2004년부터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진행 중이며, 현재는 곰이 56마리로 늘어난 상태다. 이에 기술원은 반달가슴곰이 지리산에만 살도록 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서식지를 넓혀 나갈 수 있도록 개체 중심의 복원사업을 서식지 관리체계로 전환했다.

하지만, 지리산을 벗어난 곰들이 잇따라 사고를 당하면서 서식지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배제선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지리산을 벗어나는 반달가슴곰들이 많아지면서 예측불가능한 사고는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무조건 개체 수를 늘리기에 앞서 확대된 서식지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부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술원 측은 올무를 제거하고 주민 피해 예방을 위한 울타리를 설치하는 등 확대된 서식지를 안정화하는 작업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송동주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장은 “KM-55가 자연스러운 서식지 확산 과정 중 매우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며 “지난 5월 발족한 공존협의체를 통해 서식 예상지역에 대한 불법 올무 수거 등 서식지 보호 활동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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