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굿굿' 하더니…" 中수영선수 폭행 사건 전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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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200M 평형 예선에서 김혜진이 역영을 하고 있다. [뉴스1]

20일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200M 평형 예선에서 김혜진이 역영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 수영 국가대표 선수 김혜진(24·전북체육회)이 지난 23일 경기를 앞두고 훈련하던 중 중국 선수 션둬(21)에게 폭행을 당한 황당한 사건이 있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김혜진이 24일 동아일보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밝혔다.

김혜진은 "그날 두 개의 예선을 앞두고 4번 레인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순서에 맞춰 출발했고 평영을 하며 25m쯤 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문제는 그때 발생했다. 자유형으로 뒤따라오던 션둬가 김혜진의 발에 부딪힌 것이다. 김혜진은 "멈춰 서서 '미안하다'고 했다. 시합 전 수영장에서 흔히 있는 일이고, 보통 미안하다 이야기하고 각자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션둬가 '코리안?'이라고 물어왔다. 션둬는 이어 '굿, 굿'이라 했고 김혜진 역시 '굿'이라고 한 뒤 50m 지점으로 향해 갔다. 김혜진은 "거의 다 와 가는 데 누군가 내 왼발을 '손톱으로 긁었다'는 느낌이 들게 확 잡아챘다. 놀라서 휘청거리며 섰는데 그 선수였다. 중국어로 뭐라고 하더니 갑자기 물속에서 발로 내 배를 두 차례 걷어찼다"고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순간 김혜진은 소위 말하는 '멘붕'이 왔다. 시합을 앞둔 상황에서 갑자기 폭행을 당해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김혜진은 "나도 '같이 때릴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참았다. 여기 오기 전에 대한체육회로부터 폭력에 관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션둬는 자신이 때려놓고 씩씩거리며 대만, 홍콩 등 선수에게 중국어로 무슨 이야기를 하더니 자리를 떴다. 현장에 있던 중국 선수단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김혜진 선수. [펜타프레스]

김혜진 선수. [펜타프레스]

그날 경기는 불운의 연속이었다. 김혜진은 주종목인 평영 50m에서 예선 탈락을, 혼영(4×100m) 단체전에서 3위로 골인했으나 실격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션둬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션둬는 자유형 단체전(4×200m)에 출전해 대회 신기록을 거두기도 했다. 

션둬는 2014 인천 아시아경기에서도 자유형 개인(100m, 200m)·단체전(4×100, 4×200m) 4개 종목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혜진은 "멘털이 무너져 오전 평영 예선에서 떨어진 비참한 상황이었다. 오랜 시간동안 이 자리에 서기 위해 노력했던 게 황당하게 물거품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예선에서 떨어진 김혜진에게 션둬와 중국 NOC직원들이 찾아와 사과하려 했다. 김혜진은 "단순히 사과 한마디로 넘어가면 안 될 상황이라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에 혼영 시합 때 마음을 다잡고 유종의 미를 거두자고 다짐했다지만 결과(기록은 3위였으나 실격판정)가 너무 아쉽게 됐다. 여러모로 슬픈 하루가 됐다"고 했다. 

김혜진은 "그 선수는 스포츠맨십에 어긋난 행위를 했다"며 "선수로서 개인 기록을 세워보고 싶던 소박한 목표까지 지장받았다. 비신사적 행위를 한 선수에 대한 대회 차원의 합당한 징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을 거다"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어 "이번 아시아경기 때의 일이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 하지만 목표도 생겼다. 이 악물고 더 열심히 훈련해서 내년 세계선수권 등 대회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구타 당한 선수가 아닌 기량 있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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