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제 9단 "바둑에서 남녀는 달라. 나는 페어대회에 부적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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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페어바둑최강위전'에서 커제 9단이 패배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 커제 웨이보]

'세계페어바둑최강위전'에서 커제 9단이 패배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 커제 웨이보]

최근 남녀 페어대회에 참가한 중국 랭킹 1위 커제(柯潔·21) 9단이 "바둑판 위에서 남자와 여자는 다른 것 같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역시나 나는 페어대회와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2일 자신의 웨이보에 "남녀유별(男女有别)?" 제목의 글을 올리며 이 같은 심경을 밝혔다.

지난 20~21일 커제 9단은 위즈잉(於之瑩·21) 6단과 함께 짝을 이뤄 일본 도쿄(東京) 시부야(澁谷)에서 열린 '2018 세계페어바둑최강위전'에 참석했다. 지난해 타이틀 보유자인 커제 9단과 위즈잉 6단 페어는 21일 최강위 결정전에서 박정환(25)ㆍ최정(22) 9단 페어에 183수 만에 백 불계패하며 정상 자리를 내주었다.

커제 9단은 "나도 페어 파트너로서 패배에 절반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위즈잉은 중국 여자 랭킹 1위다. 당시 위즈잉의 바둑 내용에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커제 9단의 웨이보 캡쳐.

커제 9단의 웨이보 캡쳐.

커제 9단은 다섯개의 기보를 올리며 당시 대국을 자세히 복기했다. 그는 "위즈잉이 둔 38수는 내가 가장 놀란 수다. AI 시대 자주 등장하는 모양인데 이런 수를 두다니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또한 "94수도 이해하기 어려웠고, 이 수를 두고 나서 승률이 확 떨어졌다"며 "나중에 어렵게 역전 기회를 만들어봤지만, 위즈잉의 패착으로 돌을 던져야 했다"고 돌이켰다.

또한 "여자들은 바둑둘 때 대다수가 비교적 감성적이고 남자들은 비교적 이성적"이라며 "아마도 바둑판 위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진짜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적었다.

자신의 대국 매너에 대한 반성도 곁들였다. 커제 9단은 "위즈잉이 악수를 뒀을 때 나는 얼굴을 찌푸리고 심호흡을 하기도 했다"며 "내 무거운 태도는 파트너에게 부담을 주고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정말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최강위 결정전에서 만난 커제-위즈잉 페어와 박정환-최정 페어 [사진 한국기원]

최강위 결정전에서 만난 커제-위즈잉 페어와 박정환-최정 페어 [사진 한국기원]

당시 상황에 대해 최정 9단은 "커제가 (불만이 있는) 티를 너무 많이 내서 너무하다고 느꼈다"며 "안 그래도 파트너가 자신보다 실력이 세면 눈치를 보게 된다. 내가 위즈잉이었다면 너무 괴로웠을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박정환 9단은 너무 배려를 잘해줘서 고마웠다. 이런 사정으로 시상식 자리에서 '박정환 9단이 커제 9단보다 파트너를 잘 배려해준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세계페어바둑최강위전은 제한시간 없이 매수 30초 초읽기를 하며 도중 1분 고려시간 10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우승 상금은 1000만엔(약 1억 200만원), 준우승 상금은 700만엔(약 7100만원)이 주어졌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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