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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가 어렵다. 다시 일하게 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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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경영 비리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2일 결심공판 전 마지막 열린 재판에서 "다시 한번 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신 회장은 이날 서울고등법원 형사 8부(강승준 재판장) 심리로 열린 13차 공판에서 "롯데그룹이 현재 너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공판은 롯데 그룹 총수 일가 경영 비리 사건과 국정농단(제3자 뇌물공여) 사건에 대한 양형 의견을 밝히기 위해 열렸다.

공판에 참석한 신 회장은 직접 재판부에 입장을 전했다.

그는 미리 적어 온 A4 한장 분량의 글에서 롯데그룹 명예회장이자 아버지인 신격호 회장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신 회장은 "신격호 명예회장은 엄격한 스승이자 아버지였다. 30년 가까이 경영 수업을 받는 동안 모든 권한은 아버지에게 있었다"며 "2016년까지 저 자신의 급여도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아버지가 해온 것이라 바로 잡기가 쉽지 않았다. 아버지가 넘어지면서 병세가 악화했고 이후 2016년부터 경영에 나섰지만, 과거 잘못된 것을 바로잡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이 된 것에 대해 후회와 아쉬움이 많지만 모두 다 제 불찰이라고 생각하고 구치소에서 자성의 시간을 갖고 있다"며 "롯데 그룹이 현재 너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특히 중국에선 사업까지 철수했고 직원들 사기도 많이 떨어졌다. 다시 한번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진술했다.

한편 이날 검찰은 국정농단 사건만 놓고 볼 때 신 회장에 대한 적정 형량은 징역 3년에서 징역 5년 사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롯데에서 K스포츠재단에 실제 공여한 금액이 70억원에 이르러 사안이 중대하다"며 "국내 굴지의 재벌 총수임에도 사회에 대한 책임을 도외시하고 부하 임직원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엄정한 형을 선고해달라"고 주장했다.

1심에서 검찰의 구형량은 징역 4년이었으나 법원은 그에 못 미치는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검찰은 경영 비리 사건에 대한 양형 의견은 결심 공판 때 함께 밝히기로 했다.

그러나 신 회장의 변호인은 국정농단 사건의 경우 "피고인은 대통령의 강요에 따라 지원했을 뿐이고, 배후에 최순실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면세점 특허 재취득은 정부가 별도의 정책 목표를 갖고 독자적으로 진행한 것이지, 금품 지원의 대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기업들도 다 지원했는데 신동빈 피고인만 기소됐다. '잡혔으니까 죽어야 한다'는 건 적절치 않다"며 실형을 선고만은 피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신 회장을 비롯한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항소심 결심 공판은 오는 29일 열린다.
결심 공판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신격호 명예회장,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등 9명의 피고인이 참석할 예정이다. 신 회장의 항소심 판결은 약 한 달의 숙고기간을 거쳐 10월 첫째 주쯤 나올 전망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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