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드루킹 특검, 수사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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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허익범 특별검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수사 기간 연장을 요청하지 않았다. 이로써 수사는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댓글조작 공모 혐의로 불구속기소 하는 선에서 25일에 끝난다. 특검법에는 30일 추가를 신청할 수 있게 돼 있다. 과거의 열두 차례 특검 수사에선 예외 없이 모두 연장 신청이 이뤄졌고, 그중 아홉 번이 성사됐다. 허 특검이 신청해도 문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이 많기는 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특검팀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직무유기에 가까운 결정을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사실 지난 57일간 수사에서 뭐 하나 시원하게 밝혀진 게 없다. 특검팀은 수사 곁가지에 속하는 고(故) 노회찬 의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매달리다 정작 본류인 김 지사 관련 수사는 후반에 시간에 쫓겨가며 진행했다. 그 결과로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 댓글조작에 어느 정도 깊숙이 개입했는지, 일본 총영사 자리 제안 또는 청탁은 어떤 경위로 이뤄졌는지, 댓글조작에 개입한 다른 정치인은 없었는지, 네이버가 조작을 알면서도 방관했던 것은 아닌지 등 핵심 의문들은 답을 얻지 못한 채 고스란히 남아 있다. 김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6·13 지방선거 관련)도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다. 특검팀은 드루킹 일당 진술에 의존하다 진술 내용이 바뀌자 허둥대는 모습을 나타냈다.

물론 경찰 부실 수사로 특검팀 수사 전에 증거가 많이 사라졌고 ‘살아 있는 권력’ 측에서의 압박도 이어졌다. 파견 나온 현직 검사·수사관들은 돌아갈 친정의 눈치를 살피면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점들을 참작해도 특검팀은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다. 이제 때때로 ‘재수사’ 주장이 불거질 것이고, 이러한 국면은 문재인 정부에 계속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허 특검에게 성실한 공소유지 외에는 주문할 것이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