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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 헌재의 박근혜 탄핵심판 진행 내용도 빼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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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헌법재판소에 파견 보낸 판사를 통해 헌재 재판관들의 토의 내용 등 내부정보를 빼낸 정황을 검찰이 포착해 수사에 나섰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의 법관사찰 및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와 특수3부는 20일 이규진(56)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현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헌법재판소 외부 전경. [중앙포토]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헌법재판소 외부 전경. [중앙포토]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최모 부장판사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그는 2015년 2월~2018년 2월 헌재에 파견돼 근무했다.

최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에 보낸 자료에는 2016년 말~지난해 초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이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말한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소장은 지난해 1월 31일 퇴임했고, 이정미 전 재판관이 소장직을 이어받아 탄핵심판을 진행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은 지난해 3월 10일 났다.

이 밖에도 최 부장판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긴급조치 배상판결▶과거사 국가배상 소멸시효 관련 판결▶현대자동차 노조원 업무방해죄 판결 등 대법원 판단에 대해 제기된 사건의 평의 내용과 헌재 재판관들 개인적 견해는 물론 일선 연구관들 보고서까지 일부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최 판사가 헌재 근무 당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이 전 상임위원 지시로 헌재 내부 회의 자료와 사건보고서를 유출해 법원행정처 쪽에 전달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법원행정처는 2015년 작성한 '헌재 관련 비상적 대처 방안' 문건에서 지법 부장판사급을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하거나 헌재의 법원 판결문 검색을 차단하는 등 헌재를 무력화시키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 전 상임위원이 속했던 양형위원회도 이 문건 작성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3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제기된 미공개 문건. 이날 대법원행정처는 특별조사단이 조사한 문건 410개 가운데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228개 문건 중 중복된 파일 32개를 제외한 196개 문건을 공개했다. [뉴스1]

지난 7월 3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제기된 미공개 문건. 이날 대법원행정처는 특별조사단이 조사한 문건 410개 가운데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228개 문건 중 중복된 파일 32개를 제외한 196개 문건을 공개했다. [뉴스1]

 이 전 상임위원은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 지시를 받고 판사들을 몰래 조사하고 법관 모임인 학술대회에 개입한 의혹도 받고 있다. 이현숙 전 통합진보당 전북도의원이 2015년 제기한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과 관련해 재판부 심증을 미리 빼내고, 선고기일도 연기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의혹도 있다.

 검찰은 지난해 2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근무하던 김민수 부장판사가 인사 발령 직후 컴퓨터 파일을 삭제한 것도 이 전 상임위원의 지시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상임위원은 현재 재판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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