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기다리나"… 야적 두달째 당진 라돈 매트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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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시 송악읍 주민들은 지난달 23일부터 동부항만 고철야적장에서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고철야적장에 쌓인 라돈 매트리스 1만6900여 장을 다른 곳으로 가져가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3일 충남 당진시 송악읍 동부항만 고철야적장에서 열린 라돈 매트리스 관련, 주민 설명회에서 최창원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이 주민들과 매트리스 처리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충남 당진시 송악읍 동부항만 고철야적장에서 열린 라돈 매트리스 관련, 주민 설명회에서 최창원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이 주민들과 매트리스 처리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민들은 “정부와 당진시가 주민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일”이라며 “정부는 애초 작성한 협약서대로 매트리스 전량을 천안 대진침대 본사로 가져가라”고 요구하고 있다.

야적장 인근 주민들 "약속대로 다른 지역으로 반출하라" #정부·원안위·당진시, 주민 반발로 '해체' '반출' 결정 못해 #대진침대 본사에선 하루 500~600개 해체, 9월초 마무리

20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당진시 등에 따르면 야적장 인근 송악읍 고대2리와 한진1리·한진2리 등 3개 마을과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해체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라돈 매트리스가 당진으로 반입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주민 반발로 장기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진시는 지난 8일 주민들을 만나 매트리스 위에 천막을 치는 등 장기보관에 따른 안전성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매트리스는 각각 비닐로 싸인 상태로 야적돼 있다.

지난 8일 김홍장 당진시장이 송악읍 동부항만 고철야적장에서 라돈 매트리스 처리를 놓고 지역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김홍장 당진시장이 송악읍 동부항만 고철야적장에서 라돈 매트리스 처리를 놓고 지역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진시 관계자는 “매트리스를 옮길만한 대체공간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와 자치단체도 난감한 입장”이라며 “주민과의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처리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국무조정실과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서 매트리스가 안전하다는 점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애초 매트리스를 옮길 장소를 마련하지 않고 협약서를 작성한 것에 대해서도 “우리를 속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무조정실과 원자력안전위원회, 송악읍 고대1리 주민대표 등은 지난 6월 22일 ‘대진침대 매트리스 처리를 위한 이행협약서’에 서명했다. 전국에서 수거한 라돈 매트리스를 동부항만 고철야적장으로 옮겨온 일에 대해 주민들이 항의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작성한 문서다.

지난 8일 충남 당진시 송악읍 당진항 앞에서 인근 지역 주민들이 김홍장 시장의 매트리스 보관방법에 대한 시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충남 당진시 송악읍 당진항 앞에서 인근 지역 주민들이 김홍장 시장의 매트리스 보관방법에 대한 시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협약서에는 ^침대 매트리스 분리·폐기 등 일체의 작업을 야적장 내에서 수행하지 않는다 ^매트리스 전량을 7월 15일까지 타 지역으로 이송한다 ^국무조정실과 (원자력안전)위원회, (당진)시는 공동으로 약속한 사항이 성실히 이행되도록 노력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당진시는 주민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계속 진행하는 한편 라돈 매트리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22~23일쯤 사회단체장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반면 충남 천안시 대진침대 본사에서는 지난 2일부터 매트리스 해체작업이 진행 중이다. 하루 평균 50여 명의 인력이 투입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500~600여 개의 매트리스를 해체하고 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오른쪽)가 지난달 3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직산읍 대진침대 본사에서 라돈 매트리스를 직접 해체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양승조 충남도지사(오른쪽)가 지난달 3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직산읍 대진침대 본사에서 라돈 매트리스를 직접 해체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이런 추세라면 다음 달 초까지 매트리스 2만4000여 개에 대한 해체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원안위는 전망했다. 해체작업은 스프링, 커버와 라동 성분의 모나자이트가 함유된 스펀지 등으로 구분해 진행한다.

모나자이트에 오염되지 않은 일반폐기물은 관련 절차에 따라 처리하고 모나자이트가 함유된 물질은 별도로 수거해 비닐로 밀봉한 뒤 공장 창고에 보관 중이다.

당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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