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과'에 그친 허익범 특검팀…수사 종료 수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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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성과' 종료 수순 밟는 특검팀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특검팀 사무실에 소환된 드루킹 김동원씨. [중앙포토]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특검팀 사무실에 소환된 드루킹 김동원씨. [중앙포토]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가 종료 수순을 밟고 있다. 공식 수사 종료까진 한 주가 남았지만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수사 동력을 잃은 탓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남은 한 주는 새롭게 수사를 벌이기보단 수사결과 보고서 작성 등 사실상의 마무리 국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수 지사 영장 기각으로 ‘휘청’ #동력 상실한 채 수사 종료 수순 #“공소유지에 집중할 계획”

특검팀은 20일 수사팀 회의를 통해 수사기간 연장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다만 특검과 특검보 등 수뇌부들은 물론 수사팀 구성원 대부분이 수사기간 연장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간 휴일 없이 ‘24시간 체제’를 갖췄던 수사팀은 지난 주말엔 대부분이 출근하지 않은 채 휴식을 취했다. 한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기간이 늘어난다 해도 지금으로선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할까 

당초 특검팀은 김 지사를 구속해 업무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구속수사를 통해 추가 물증이 확보되거나 혐의가 짙어질 경우 문재인 대통령에게 수사기간 연장을 신청하는 방안도 고민해 왔다.

지난 18일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이 난 직후 대기중이던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김경수 경남지사. [연합뉴스]

지난 18일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이 난 직후 대기중이던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김경수 경남지사. [연합뉴스]

하지만 법원은 “공모 관계의 성립 여부 및 범행 가담 정도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사유를 제시하며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의 결정에 대해 김 지사는 “특검이 정치적 무리수를 둔 데 대해서 다시 한 번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검팀에게 남은 ‘마지막 고민’은 김 지사를 기소하며 적용할 혐의를 정하는 일이다. 구속영장 청구서엔 김 지사를 ‘드루킹의 공범’으로 적시하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기재하지 않았다. 인사청탁 의혹을 입증할 핵심 물증이 없는 등 수사팀 내부적으로도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특검팀이 김 지사에게 업무방해와 함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해 기소한다면 재판 단계에서 특검팀과 김 지사 측의 날선 공방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 입장에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면 경남지사 직을 상실할 뿐 아니라 차기 대선에도 도전할 수 없게 된다. 현행법상 지방자치단체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직을 상실하고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잇딴 악재에 휘청인 특검팀 

특검팀은 지난 54일간의 수사기간 동안 ▲노희찬 정의당 원내대표 투신 ▲도두형 변호사 및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별건수사 논란 등 3가지 악재에 발목을 붙잡혔다. 우선 노 원내대표의 투신으로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관련한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중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역시 청구→영장심사→기각의 단계를 거치며 “정치적 목적의 편파수사였다”는 식의 비판이 들끓었다.

지난 12일 참고인 신분으로 특검팀 사무실에 소환된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 [연합뉴스]

지난 12일 참고인 신분으로 특검팀 사무실에 소환된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 [연합뉴스]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2011~2016년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소유의 시그너스컨트리클럽에서 월급 명목으로 약 2억원의 정치자금을 불법 수수했다는 의혹은 정치권에서 제기된 ‘별건 수사’ 논란의 기폭제가 됐다. 특검법에 명시된 수사대상이 아님에도 특검팀이 수사 성과만을 의식해 권한에 없는 인지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수사 역시 의혹 제기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송 비서관과 백 비서관을 피의자로 입건하지 않은 상태다.

특검팀은 조만간 김 지사와 도 변호사 등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론내고 향후 공소 유지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김 지사는 물론 드루킹의 최측근 변호사 2명 역시 혐의점이 드러난 만큼 재판을 통해 유·무죄를 가려야 한다고 본다”며 “수사기간 종료와 동시에 공소 유지팀을 꾸려 본격적인 재판 준비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진우·정진호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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