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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신혼여행 "고달픈짜증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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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허니문=제주도」. 신혼여행길이 고달프다. 평생에 단 한번뿐인 허니문이 짜증과 불편으로 망쳐지고 있다. 이때문에 달콤한 신혼꿈 대신 심지어 첫부부싸움의 입씨름까지 벌어지는 사례마저 허다하다. 『이렇게 고생할줄 알았더라면 아예 신혼여행을 오지 않았을겁니다.』 후회스럽게 내뱉는 많은 신혼부부들의 푸념은 가슴설레며 손꼽아온 제주허니문에 실망이 역력하다. 장삿속 관광여행사의 마구잡이안내, 부족한 비행기편 때문에 다리가 부르트며 비행기를 타면서부터 잡친 기분은 신혼첫밤을 보낼 방구걸로까지 다다라 신혼여행 기대가 무참히 깨지기 일쑤다.

<신혼여행실태>
평생을 통해 잊지못할 허니문. 요즘 제주를 찾는 신혼부부는 평일의 경우 하루 2천여쌍, 4천여명. 주말에는 3천쌍에서 최고 4천여쌍, 8천여명이 부푼 가슴을 안고 제주로 줄을 잇고 있다.
이는 전체 관광객의 60%가 넘는 그야말로 신혼부부들의 「본토 대탈주」행렬. 구하기 힘든 비행기 티킷을 구하고 호텔이나 여관까지 확보한 젊은 부부들에게는 높디높은 한라산영봉을 오른 기분.
그러나 이같은 경우는 드물다. 대한항공측은 폭주하는 관광객 수송을 위해 주말과 일요일엔 특별기를 투입해 7천5백∼8천명정도를 수송하고 있지만 신혼부부들이 돌아가게되는 주중엔 사정이 딴판이다.
주중에는 비행기편이 크게 준 정상편성으로 둔감, 서울행이나 부산행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주말에 내려오는 대부분의 신혼부부들은 여행사등의 알선을 통해 2박3일 또는 3박4일 기간으로 왔다가 한꺼번에 주중에 돌아가기 때문.
지난8일 오후 서울행 비행기를 타지못한 김영희씨 (29·서울 화곡동)는『대한항공이 특별기로 수송한 인원에 대한 귀향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제날에 돌아가지 못해 골탕을 먹었다』고 푸념했다.
또 같은날 김지원씨(24·여·서울반포동) 도 『귀경티킷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한 마음에 무작정 내려온 것이 후회스럽다』며 혹시나 빈좌석이 생길까봐 3시간 넘게 공항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고 했다.
제주취항 국내선 항공기는 지난80년까지만해도 좌석 이용률이 53%에 불과했으나 해마다 늘어 85년엔 60%, 87년엔 75%를 넘어섰으며 올들어서는 거의 빈자리가 없는 실정.

<항의소동>
편리한 맛에 신혼부부들이 자주 이용하게 되는 여행사등을 통한 단체알선의 경우 항공권이나 호텔등의 예약이 초과되거나 중복돼 골탕먹는 일이 부지기수.
지난8일 오후 4시쯤 서울행 비행기를 타려는 신혼부부 1백20여쌍과 부산행 신혼부부 1백4O여쌍이 비행기 좌석배정을 받지못해 공항대합실에서 집단항의농성을 벌였다.
또 지난6일오후8시20분쯤엔 제주로 신혼여행을 가려던 30여쌍과 친구등 1백여명이 좌석배정을 못받자 예매를 맡았던 여행사창구로 몰려가 20여분간 항의소동을 벌인끝에 여행사를 사기협의로 고소하기까지 했다.
지난주말 2박3일간의 쿠퐁을 구입한 김민숙씨(24· 서울)는 『항공편인줄 믿고 공항에 나와보니 예약이 안된 상태였다』며 허위쿠퐁을 판 여행사를 성토했다.
또 정상길씨(30·대구시수성동)는 『제주에 신혼여행 가는것이 이렇게 힘들줄 몰랐다』며 『분명 여행사와는 예약을 했는데도 표가 없어 신부를 기다리게해 신부에게 얼굴을 들수없을 정도로 미안했다』고 말했다.

<호텔 숙박난>
제주도가 국제적 관광지로 떠오르면서 호텔을 비롯, 일반여관도 무척 늘어났으나 주말에는 아직도 부족한 실정.
이같은 객실부족은 곧 닥칠 연말·연시휴가기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여 「허니문=제주」 신혼여행길을 가로막고 있다.
따라서 40여일의 여유를 두고 예약하지 않으면 힘들고 일반여관이나 장급여관마저 20여일전에 예약하지 않고 여행사만 믿다가는 큰 망신당하기 일쑤.
지난 12일 제주도에 온 신혼부부 김영길씨(27·인천)는 『여행사에서 산 쿠퐁으로 K호텔을 찾았으나 예약이 안돼있어 신부를 데리고 2시간동안 제주시내를 돌아다니다 여관방에서 첫밤을 보냈다』고 한숨지었다.
이같이 방을 못구해 신혼첫밤을 쩔쩔맨 경우는 김씨뿐만이 아니다. 지난9월부터 결혼시즌을 맞아 제주를 찾은 신혼부부들중 여행사만 믿고 왔다가 호텔예약이 안돼 신부를 데리고 신혼첫밤 꿈을 꿀 방을 구하러 시내를 헤맨 경우는 헤아릴수 없을 정도.
이는 특히 서울지역 여행사들이 현지 호텔과 예약을 하지않은채 장삿속으로 마구잡이 쿠퐁을 팔아 이를 모르고 산 신혼부부들이 첫출발을 망치고 있다.
또 비행기를 기다리다 못해 배편으로 부산을 거쳐 귀가하는 신혼부부들은 난생처음 배를 타는 경우도 적지않아 신부가 배멀미로 구토를 하는등 신혼여행길이 고역으로 변해 달콤한 신혼여행이『괜히 제주도를 가자고 했다』며 부부싸움까지 벌어지는 사례도 많다는것.
이같은 현상은 「신혼부부들의 주말 허니문」선호 때문에 더욱 가중돼 평일 허니문으로 날짜를 잡는것이 이 고역에서 벗어날수 있는 길.

<여행경비·수송전망>
3∼4일간의 일정으로 제주도 신혼여행을 하는경우 비용은 쓰기나름에 따라 큰 차이가 있겠지만 항공료를 빼고서도 최소한 50만∼60만원을 가져야 한다.
특급호텔의 숙박료가 3박기준 30만원, 식비 10만원, 교통비와 기넙품비 10만∼20만원선은 거의가 기본수준.
제주신혼여행. 연말이나 내년초께 제2민항이 취항한다해도 항공편사정이 크게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제주노선에 증편될 비행기는 겨우 하루1∼2회선 정도에 머물 예정이기 때문.
이에따라 제주도와 관광업소측은 관광객의 주말편중을 줄이기위해 평일 관광객에 대해 숙박요금·관광지입장료 할인제등을 실시하고 있으나 「주말편중」은 날로 더해 「기대」와 「실망」이 쌓이고 있다. <제주=김형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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