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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계엄확대 진상·배경 규명|광주청문회 초점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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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는 18·19일, 24·25일의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를 앞두고 각 당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18일과 19일은 청문회가 아니고 전체회의지만 TV중계 예정이어서 사실상 청문회와 같다.
최규하 전 대통령에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을 끝내 증인으로 채택했고 민정당의 정호용 의원과 12·12사태 당시의 정승화 육참총장 등이 증인으로 추가 선정되어 5·17광주사태 자체의 진상규명 뿐 아니라 그 배경에까지 초점이 맞춰질 움직임이어서 제5공화국의 정치적 정통성을 문제삼는 뜨거운 정치공방으로 확대될 것 같다.
이미 일해 청문회를 통해 TV생중계의 엄청난 위력을 실감한바 있는 여야 4당은 나름대로의 완벽한 준비와 전략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각 당마다 이론에 강한 논객들로 특위위원을 교체, 진용을 강화하는가 하면 연일 대책회의를 여는데 민정당은 앰배서더호텔, 평민·민주·공화당 등 야3당은 모두 맨해턴 호텔에서 합숙까지 하는 등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피해당사자격이며 광주특위를 주도해야할 평민당 측은 △광주 측의 한과 응어리를 성실하게 대변해야 하며 △이번에는 당의 손상된 이미지를 회복해야할 입장에 서있다.
평민당 측은 5·17계엄확대가 사실상의 쿠데타였고, 그후 벌어진 여러 현상은 그 불법성을 호도하고 미봉하기 위한 조치로 이 과정에서 김대중씨가 희생양이 되었다는 점을 증언·증거를 통해 부각시켜 나가되 일해 청문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폭발성을 갖고 있는 만큼 감정적 접근을 극도로 억제한다는 내부방침을 마련해 놓고 있다. 직접 증인으로 나설 김 총재는 소속의원들과 대충 신문내용을 협의했는데 사태규명에 역점을 두고 긴 연설은 피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신기하·이해찬 의원 등은 『광주 현지분위기가 상당히 고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모든 증인의 진실 된 증언을 통해 특위로 수렴되는 성과를 보여줘야 고조된 분위기가 폭발적 변수로 작용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광주사태의 발발원인 등을 민정·평민당 보다 객관적 입장에서 조감할 수 있다고 믿고있는 민주당은 5공 특위와 더불어 이번 기회에 전씨 문제를 결산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기본입장을 세워놓고 있다.
때문에 전씨는 물론 최 전 대통령이 반드시 출석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광주문제는 계속 미제로 남은 가운데 특위정국 역시 건설적 결산을 볼 수 없다고 보고있다.
전씨 문제가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는 공화당은 사태의 발발원인과 성격, 진압과정에 대한 충분한 해명과 진상규명이 이번에 이뤄져야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김종필 총재는 소속의원들에게 『매우 냉정히 대처하라. 흥분은 오히려 진실 발견에 방해가 되고 국민감정만 자극할 따름』이라고 강조하면서 광주문제가 정치보복으로 이어지거나 현정권에 「불똥」으로 비화해 정치권의 불안으로 작용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해 청문회의 쇼크를 체험한 민정당은 광주문제와 특히 김대중씨에 대한 기본전략을 대폭적으로 수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오늘의 정국분위기에서 증인으로 나선 김대중씨에게 공세적 질문으로 「사상문제」 등을 들고 나왔을 때 일해 청문회에서 S의원이 받았던 비난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폭발성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은 민정당에도 결코 득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정당 의원들은 광주현지의 분위기 등으로 미뤄볼 때 자칫하면 제2의 광주사태가 날지 모른다고 전전긍긍하는 판이다.
따라서 김 총재에 대한 사상논쟁은 유보해 두되 광주사태에 대한 김 총재의 관련부분은 어느 정도의 반발을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그 동안엔 피해자인 광주 쪽 목소리만 나왔으나 이번엔 군인들도 증언대에 세워 초기의 과잉진압이 사태유발에 책임이 있다는 부분은 과감히 긍정, 시인하되 『광주도 잘못도 있었다』는 점을 지적해 명예회복을 해야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민정당 쪽은 청문회의 초점이 5·17의 광주 쪽이 아니라 이를 전후한 군 지휘체계, 중앙정부 쪽의 정치동향으로 쏠리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광주사태의 발생원인, 사태의 전개과정, 광주에서의 발포책임자, 사상자 숫자 등의 규명에는 할말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평민당 측은 광주사태도 사태지만 △12·12사태에서 5·17로 연결되는 전씨를 중심으로 한 소수군부의 정권탈취과정 △공수 특전 단의 투입배경과 과잉진압 △소외된 호남지역의 정치구심력을 와해시키려했던 의도여부 △미국의 개입 또는 묵인자세 등을 규명해내는데 초점을 맞출 작정인데 그 경우는 정치적 문제로 확대돼 「증거」와는 상관없는 싸움이 되기 십상이다.
이 경우 다시 관심의 초점은 전씨의 증언으로 모아지게 된다. 김대중 총재는 12일의 평민당 창당 1주년기념 국정보고대회에서 『광주의거가 김대중이 정권을 잡기 위해 선동한 내란음모냐, 전두환씨가 정권을 잡기 위해 저지른 인명살상의 범죄행위냐가 며칠 안에 밝혀질 것』이라며 전씨의 출석을 거듭 촉구했다.
전씨의 증언에서 현 집권세력의 관계성으로 발전해 가겠다는 전략인 것 같다.
이와 함께 문서검증 과정에서 드러난 몇몇 문제점을 쟁점화 할 소지가 농후하다. 특히 80년 5월17일의 전군지휘관 회의관련기록 일체가 국방부 마이크로필름에 완전 누락된 것이 확인된 이상 이에 대한 원인규명을 놓고 한동안 접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국방부 측은 『당시에 기록을 남겼는지, 기록을 누가 없앴는지 자체를 현재 파악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야당 측은 『동반상회조차 회의록을 남기는 마당에 말이 되지 않는 은폐기도 행위』 라며 어디엔가 있는 해당 자료를 내놓으라고 다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고도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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