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입국장 면세점 도입 검토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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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제1 터미널 면세매장 [연합뉴스]

인천공항 제1 터미널 면세매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입국장의 혼잡 등 부작용 대응 방안까지 포함해서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을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는 국민의 지속적인 설치 요구에도 부처와 업계 반발로 입국장 면세점 설치 관련 법 통과가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혁신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경제와 국민 생활의 크고 작은 불합리와 불평등을 바로 잡는 것이 혁신”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해외여행 3000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도 입국장 면세점이 없어서 (관광객들이) 시내나 공항 면세점에서 산 상품을 여행 기간 내내 휴대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광수지 적자가 해마다 늘고 국민의 국내 소비 증가보다 해외 소비 증가율이 몇 배 높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입국장 면세점 도입은 해외여행을 하는 국민의 불편을 덜고 해외 소비 일부를 국내 소비로 전환할 수 있다”며 “외국인들의 국내 신규소비를 창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러한 효과 때문에 전세계 71개국 135개 공항에서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고, 우리와 왕래가 잦은 일본과 중국에서도 이미 도입해 확대하는 추세”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중견·중소기업들에 혜택이 많이 돌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함께 검토해달라”고도 덧붙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오래전부터 있었고, 이 문제에 대해 좀 검토했었다”며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혁신의 연장 선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6번 무산’ 입국장 면세점 실현 가능성은

관련 법안은 지난 2003년부터 여섯 차례나 발의됐지만 시행되지 못했다. ‘해외에 반출되는 조건으로 면세해 판매한다’는 면세품 조항에 어긋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국내선을 이용해 제주를 오고가는 중에도 면세품 구입이 가능하고, 기내에서도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어 사실상 과세 원칙은 진작 깨졌단 지적도 있다.

출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는 대기업들과 대형 항공사들이 반대한 영향도 있다. 이들은 입국장 면세점이 도입될 경우 기존 면세점 매출이 하락할 것으로 우려해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내면세점 매출 규모는 연간 3300억원 규모다.

인천공항공사가 2002∼2017년 공항 이용객 2만여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 84%가 입국장 면세점 설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소비가 탄력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해외 소비가 늘자, 입국장 면세점을 설치해 소비를 국내로 돌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4분기 거주자 해외 소비 지출액은 8조4000억여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8.9% 뛰었다. 같은 기간 국내 소비 지출액은 2.4% 증가했다.

세계적으로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 중이거나 설치할 예정인 곳은 73개국 137개 공항으로,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도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하고 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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