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왜 음악인가

55만원 티켓의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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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호정 기자 중앙일보 기자
김호정 아트팀 기자

김호정 아트팀 기자

언젠가 깨질 줄 알았지만 이렇게 깨질 줄은 몰랐다. 클래식으로 분류되는 공연에서 55만원짜리 티켓이 나왔다. 역대 최고가는 50만원. 2003년 중국의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한 월드컵 경기장 오페라 ‘투란도트’였다. 2005년엔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 공연이 45만원으로 뒤를 이었고 2008년, 2011년과 지난해에도 최고가 45만원을 유지했다. ‘투란도트’의 50만원은 일회성이었지만 베를린필의 45만원은 티켓 가격 상승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13년 동안 남아있었다.

이달 초 판매를 시작한 55만 원짜리 티켓은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의 공연이다. 10월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티켓값은 55만원, 44만원, 33만원 순이고 제일 싼 티켓은 5만5000원이다.

물론 도밍고는 대중적 스타다. 건재하는 따뜻하고 풍성한 음성은 독보적이다. 그와 별개로 공연 제작의 논리에서 최고가 경신은 예상 밖이다. ‘투란도트’는 출연자 600명, 제작비 50억원이었다. 베를린필의 역대 내한 연주곡은 브루크너·말러처럼 단원이 많이 필요한 작품들이었다. 반면 도밍고의 무대는 말하자면 ‘원 톱’ 공연이다. 도밍고와 지휘자 유진 콘, 소프라노 아나 마리아 마르티네스가 함께하고 아직 확정되지 않은 국내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2500석이지만 잠실체육관은 1만5000석이다. 개런티를 나눠 낼 수 있는 관객이 많다는 뜻이다.

공연 제작사의 해명을 들으면 실마리가 잡힌다. 제작사 측은 “55만원과 44만 원짜리는 협찬사용 티켓”이라고 설명했다. 즉 일반 관객에 판매하는 게 아니고 협찬사에 주려고 만들어놓은 티켓이라는 뜻이다. 보통 협찬사는 공연 제작비 중 일부를 지급하고 그 중 일정 부분을 티켓으로 돌려받아 고객 마케팅 등에 사용한다.

혹시 55만원, 44만원 대신 33만원으로 티켓 가격을 매겨 협찬사에 주면 안 됐을까. 공연 내용보다 티켓 가격으로 먼저 화제가 될 걸 알면서도 왜 55만원을 붙였을까. 사람들은 비싼 티켓을 좋아하고 유명한 아티스트를 찾으며 대규모 공연을 더 좋아한다는 심리 때문이다. 협찬사 제공 티켓을 비싸게 책정하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이 단순한 법칙이 계속되고 있으며 당연하게까지 여겨진다는 걸 55만원 티켓이 보여준다.

티켓 가격이 비싸서 기록이 깨졌다고 무조건 문제는 아니다. 제작비가 많이 들면 비쌀 수밖에 없다. 다만 건설적인 이유에서 기록이 깨졌다면 좋았을 거다. 공연 협찬과 티켓의 관행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이유보다는 말이다.

김호정 아트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