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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지 13만=에버랜드 3만원' 아시아나 낯선 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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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36만 마일 가진 김면수(47)씨는 올해 일본, 대만 등을 갈 때 세 번이나 아시아나 국제선을 탔지만 모두 마일리지 대신 제 돈을 냈다. 마일리지로 예약 가능한 빈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10년 내 안 쓰면 소멸’ 내년 적용 #CGV 등 사용처 늘렸지만 고객 불만

아시아나·대한항공 마일리지 보유자 가운데 김씨와 같은 불만을 가진 경우가 많다. 양 항공사가 마일리지로 탈 수 있는 좌석을 전체 좌석의 3% 미만으로 제한해 마일리지로 좌석을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기 때문이다. 특히 양 항공사의 마일리지가 소멸하기 시작하는 내년 1월 1일이 다가오면서 마일리지와 관련한 고객의 불만이 늘고 있다.

두 항공사는 2008년 약관을 바꿔 대한항공은 그해 7월 1일부터, 아시아나항공은 10월 1일부터 적립한 마일리지의 유효 기간을 10년으로 정했다. 예를 들어 2008년 10월에 적립한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가진 소비자가 올해 안에 마일리지를 쓰지 않으면 해당 마일리지는 사라진다.

양 항공사는 최근 들어 경쟁적으로 마일리지 사용처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한진관광·한진렌터카 등 관계사로 사용처를 확대했고, 아시아나항공은 이마트(1400마일리지당 1만원)·CGV(1300~1400마일로 1회 입장권) 등으로 사용처를 늘린 데 이어 오는 11월부터 에버랜드 자유 이용권도 마일리지로 살 수 있게 했다고 13일 발표했다.

하지만 마일리지 가치와 항공권 외에 다른 사용처의 가치를 비교해보면 고객에게 현저히 불리하다. 통상 신용카드 업계 등에서 항공사 마일리지의 가치는 1마일에 20~25원으로 친다. 예를 들어 롯데마트 등 롯데그룹 계열사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롯데L포인트와 항공사 마일리지 교환 비율은 1마일에 22포인트다. 1L포인트가 사실상 1원임을 고려할 때 1마일에 22원인 셈이다.

그런데 정가가 5만4000원인 에버랜드 자유 이용권을 얻기 위해 써야 하는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는 6000마일이다. L포인트와의 교환 비율을 적용하면 13만2000원으로 에버랜드 자유 이용권 정가의 2배가 넘고, 각종 신용카드 할인 혜택을 적용한 에버랜드의 실제 자유 이용권 가격(3만원 안팎)과 비교할 때는 훨씬 더 차이가 크다.

CGV 영화 관람권도 1회에 1300~1400마일(시간대별로 차이)을 차감한다. 1만원 안팎의 영화관람권을 얻기 위해 3만원 어치 넘는 마일리지를 항공사에 주는 셈이다.

마일리지를 쓸 수 있는 아시아나항공 기내면세점과 관련한 불만도 잇따른다. 기내면세점 최고 인기 품목인 양주를 살 때는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일리지로 살 수 있는 품목은 화장품과 건강보조식품 등이다.

대한항공도 고객의 마일리지 가치를 깎아내리는 건 아시아나항공과 비슷하다. 1만6000원인 칼 리무진 공항버스를 이용하는 대가로 마일리지 2000점을 공제한다. 1마일당 8원꼴이다. 제주 한진렌터카에서 K5 차량을 24시간 빌릴 때 대한항공 마일리지 8000마일을 차감한다. 마일리지 가치로 계산하면 17만6000원인데, 마일리지를 쓰지 않고 비수기 K5를 빌릴 경우 최저 2만6500원 정도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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