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마다 원화절상“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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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방수출을 주도하는 울산·창원·구미공단과 대구섬유업계·부산수출공장들이 원화절상 비상에 걸려 중병을 앓고 있다. 지난 7월이후 계속 절상된 원화가 마침내 환율6백원대로 들어서자 특히 노동집약형인 섬유·신발·완구류등은 환율손익분기점을 넘어 적자수출을 감수하는 업체가 늘어나 비명을 지르고 있다. 『수출이 외국에 자선사업을 하는 것이냐』이렇듯 원화절상 파급이 적자수출로 까지 치닫자 일부업계는 전업을 서두르는가 하면 「살아남기 작전」을 펴는등 자구책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따라 조업단축등으로 진통을 겪고있는 지방공단과 수출업계는 근로자 충원을 중단하는 가운데 원화절상이 계속될 경우 내년 2∼3월쯤 취업난과 도산사태 마저 한차례 불어닥칠 전망이다.

<창원·울산공단>
창원공단 2백l7개 가동업체 가운데 가장 타격을 받고있는 업종은 가전전기·공작기계· 자동차부품·소재부분.
공작기계와 지게차의 경우 대우중공업은 『대미환율이 6백50원대가 되면 수출이 아니라 외국에 자선사업을 하는 꼴이 된다』고 발을 구르고 있다.
회사측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설자동화·원자재구입선 다변화등을 적극 추진하며 지난 9월부터 연말비상 1백20일 작전에 나섰다.
이 회사 최송학이사(41)는 『채산성의 벽은 무너졌다』며 『무엇보다 정부의 수입관세율인하, 내년도 폐지예정인 수출금융제유보등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금성사 관계자는 『현재도 채산성이 안맞아 일부품목은 수출을 포기하고있는 실정』이라고 밝히고 『만약 환율이 내년에 6백40원선까지 절상되면 모든 수출품의 적자수출사태가 일어난다』고 한숨지었다.
이같은 원화절상 몸살이 계속 덮치자 금성사의 경우 10월중순 7천명의 종업원이「살아남기 작전 결의대회」까지 열었다.
또 2백91개 업체가 가동증인 울산공단도 마찬가지. 동양나이론측은 원화절상에도 불구, 원자재수입가격은 금년초보다 50%가량 올라 올해 60억∼70억원의 매출손실이 불가피한 실정. <허상천기자>

<구로·마산수출>
귀미공단에는이미 원화절상을 못이겨 문을 닫은 업체가 있는가하면 적자수출에 허덕이는 일부 업체는 조업단축에도 도산위기에 처해있다.
TV케이스등 전자부품을 수출해온 (주)태진은 올 들어 미국수출 주문이 끊기면서 원화절상까지 겹쳐 지난 10월15일 도산했다.
한일 염직은 염직분야만 정상 가동하고 제작라인은 10월5일부터 가동을 못해 기능공 1백40명이 타업체로 전업했다.
마산수출자유지역내 아주강업등 5개 못생산업계는 전량 대미수출로 타업종 전환마저 불가능해 심한 타격을 받고있다.
못생산업체인 한덕산업수출과 김응문과(45)은 『경영수지 한계선을 넘어서 원화가 계속 절상되면 휴·폐업조치를 고려해야할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영수기자>

<청주·이리공단>
이리수출자유지역 공단내 쌍방울·태창등 섬유업체와 피혁제품수출업체들은 환율 7백원선이 무너지면서부터 초비상에 걸려 대책에 부심.
이미 수출경쟁력이 떨어진 동양스와니는 계열업체인 아시아스와니를 흡수, 전업을 서두르고 있는 실정이다.
청주공단내 맥슨전자의 경우 현재 4천2백명의 종업원중 자연감소 형식으로 2백∼3백명을 감원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청주공단관리 관계자는『현재 80개 업체에서 3만5백여명을 고용하고 있으나 내년초까지 2천∼3천여명이 자연감소 돼 사실상 감원이 이뤄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충북지역 수출업체들은 대부분 영세중소기업으로 원화절상고를 극복할 수 있는 ▲무역금융확대재개 ▲관세징수유예제도의 폐지유보 ▲수출검사제도 폐지등 수출입절차간소화를 통한 수출부대비용 절감등의 지원조치를 건의하고 있다. <모보일·김현수기자>

<대구지역 섬유업계>
수출비중이 80%를 넘는 대구지역 섬유업계는 환율절상의 회오리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섬유업계는 그동안 기술개발·신시장개척·내수전환등으로 원고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환율이 6백70∼6백80원선까지 떨어질 경우 연쇄도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듯 수출·경영위기에 다다르자 대구지역 직물업계대표 30명은 지난 3일 석유기술원에 모여 원화대책 회의를 갖고 과다경쟁을 피해 자율적으로 생산량의 20%감축을 결의하기도 했다.
염색조합 박태호총무과장은 『염색업의 손익분기점 환율은 6백∼7백원선으로 제직 업체의 불황이 염색업체에까지 몰아쳐 조업단축업체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구상공회의소는 ▲원화절상폭 완화 및 예상환율의 예시제실시 ▲수출 금융 금리인하 ▲원사의 직수출규제 ▲직물업종의 합리화 자금확대 및 메리야스업종의 합리화 업종 지정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용우기자>

<부산지역>
부산은 섬유·의복·신발등 노동집약산업이 주종을 이뤄 다른 업종에 비해 원화절상타격이 커 수출업계측은 앞으로 조업단축·폐업·전업등이 속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실정에 따라 부산지구 주요수출업체들은 수출시장다변화· 생산성향상등에 주력하며 종전 하청업체에 돌리던 물량마저 자체 소화하는 가운데 퇴직인원에 대한 인원보충을 동결하는등 발버둥치고 있다.
(주)화성 기획관리부장 김덕룡씨는 『신발산업의 경우 7백15원대까지 채산성의 한계』 라고 밝히고『이 이하로 떨어진 현재 원가절감·고가품 개발등으로 업체들끼리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 원화절상이 몰고 온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했다. 『원화는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오르고 수입자재 가격도 덩달아 올라 헤쳐나갈 묘안이 없읍니다.』 부산지역 주요수출업체인 신발업체 70.6%가 70백30원대에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어 내년 초 조업단축 또는 도산업체가 속출, 취업난 사태가 빚어질 전망이다. <이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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