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전성시대’를 맞은 여의도 정치권에 등장한 새로운 풍속도가 있다. 툭하면 올드보이의 '과거'를 따지는 논쟁이다. 여야 정당의 지도부 교체 과정에서 등장한 인물의 면면이 전직 총리(이해찬)와 부총리(김병준), 전 대선 후보(정동영), 전 경기지사(손학규) 등으로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10여 년 전의 거물급들의 행보를 현재로 소환하면서 난데없는 ‘과거사 공방'이 벌어진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공격 대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국가주의’로 여권에 공세를 펴는 김 위원장에게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과거사를 꺼내 들었다. 김 의장은 ”김병준 위원장이 여야 합의로 통과한 초ㆍ중ㆍ고 커피 판매 금지 정책을 ‘국가주의를 하고 있다’ 이렇게 비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도 않고 어불성설이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정책실장으로 있었던 참여정부 같았으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했을 것이다 주장하는데, 김 위원장이 정책실장이었던 2006년 참여정부는 학교에서 탄산음료 판매 금지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국가청소년위원회 권고를 받아들여 교육부가 학교 내 탄산 판매금지 지시했고 2007년 99% 학교에서 탄산 퇴출된 결과 발표도 했다. 아동 청소년을 유해물질로부터 보호하고 건강하게 키우는 것은 국가주의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당 내부의 당권 경쟁도 비슷한 풍경이다. 7선 의원(이해찬), 경제 부총리 출신(김진표) 등 올드보이가 출마한 상황이라 과거사 공방이 벌어진다. 상대적으로 ‘젊은’ 송영길 의원을 최근 후보 토론회에서 이해찬 의원을 공격하는 소재로 과거를 물었다.
그는 “이해찬 후보님께서는 탈당을 3번 하셨는데 1991년도 김대중 대통령 총재 때 당시 관악구 기초광역의원들의 공천 상에 어떤 비리 문제를 지적하면서 탈당하셨고, 2008년도는 우리가 대선 패배한 이후에 대선후보로 나오셨다가 정동영 후보가 된 이후에 대선 패배 이후에 아마 우리 손학규 대표 체제가 되니까 ‘정치 노선이 맞지 않는다’ 그래서 탈당하신 것 같고, 또 최근에는 이번 20대 총선에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뭔가 납득하지 못할 이유로 이해찬 후보님이 공천에 탈락이 되니까 또 탈당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이 의원의 탈당을 공천 불복으로 해석하며 공세를 폈다. 송 의원은 “만약에 대표가 돼서 (공천) 결정을 했을 때 또 탈당하는 사람이 나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의원은 “부당한 걸 안 하는데 왜 탈당을 합니까”라고 받아쳤다. 이 의원은 이어 “나중에 들어보니 1988년에 신림동에서 (김종인 전 대표가) 저와 (국회의원) 선거를 치렀는데 저한테 졌다. 그분이 그때 당선됐으면 죽죽 뻗어갔을 텐데 차단됐던 것”이라고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
정동영 대표 체제가 새로 출범한 민주평화당도 선거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정 대표와 경쟁을 벌인 유성엽 의원은 선거 과정에서 “흘러간 물이 다시 들어온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후보인 최경환 의원도 “새 시대는 담대한 변화와 새 인물을 원하고 있다”고 정 대표를 공격했다. 유 의원은 진보적 개혁 노선을 표방한 정 의원에 대해 “지금은 진보냐 보수냐, 그런 케케묵은 이념논쟁 할 때가 아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선거 국면에 관심이 높아지는 ‘올드보이의 과거’는 선거가 끝나면 일단락되지만 이후 당의 노선 투쟁이나 핵심 이슈에서 또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지적이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