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정국의 신풍속도, 툭 하면 ‘과거사’ 공방

중앙일보

입력

‘올드보이 전성시대’를 맞은 여의도 정치권에 등장한 새로운 풍속도가 있다. 툭하면 올드보이의 '과거'를 따지는 논쟁이다. 여야 정당의 지도부 교체 과정에서 등장한 인물의 면면이 전직 총리(이해찬)와 부총리(김병준), 전 대선 후보(정동영), 전 경기지사(손학규) 등으로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10여 년 전의 거물급들의 행보를 현재로 소환하면서 난데없는 ‘과거사 공방'이 벌어진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통형 후보였던 정동영, 손학규, 이해찬 후보가 합동연설회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며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통형 후보였던 정동영, 손학규, 이해찬 후보가 합동연설회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며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공격 대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국가주의’로 여권에 공세를 펴는 김 위원장에게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과거사를 꺼내 들었다. 김 의장은 ”김병준 위원장이 여야 합의로 통과한 초ㆍ중ㆍ고 커피 판매 금지 정책을 ‘국가주의를 하고 있다’ 이렇게 비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도 않고 어불성설이다. 김 위원장은 자신이 정책실장으로 있었던 참여정부 같았으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했을 것이다 주장하는데, 김 위원장이 정책실장이었던 2006년 참여정부는 학교에서 탄산음료 판매 금지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2003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와대 국정과제회의에 참석하기 김병준 당시 지방분권위원장과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중앙포토]

2003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와대 국정과제회의에 참석하기 김병준 당시 지방분권위원장과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중앙포토]

이어 ”당시 국가청소년위원회 권고를 받아들여 교육부가 학교 내 탄산 판매금지 지시했고 2007년 99% 학교에서 탄산 퇴출된 결과 발표도 했다. 아동 청소년을 유해물질로부터 보호하고 건강하게 키우는 것은 국가주의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일 광주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정기대의원대회 및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송영길·김진표·이해찬(왼쪽부터 기호순) 후보가 정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광주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정기대의원대회 및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송영길·김진표·이해찬(왼쪽부터 기호순) 후보가 정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 내부의 당권 경쟁도 비슷한 풍경이다. 7선 의원(이해찬), 경제 부총리 출신(김진표) 등 올드보이가 출마한 상황이라 과거사 공방이 벌어진다. 상대적으로 ‘젊은’ 송영길 의원을 최근 후보 토론회에서 이해찬 의원을 공격하는 소재로 과거를 물었다.

그는 “이해찬 후보님께서는 탈당을 3번 하셨는데 1991년도 김대중 대통령 총재 때 당시 관악구 기초광역의원들의 공천 상에 어떤 비리 문제를 지적하면서 탈당하셨고, 2008년도는 우리가 대선 패배한 이후에 대선후보로 나오셨다가 정동영 후보가 된 이후에 대선 패배 이후에 아마 우리 손학규 대표 체제가 되니까 ‘정치 노선이 맞지 않는다’ 그래서 탈당하신 것 같고, 또 최근에는 이번 20대 총선에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뭔가 납득하지 못할 이유로 이해찬 후보님이 공천에 탈락이 되니까 또 탈당했다”고 말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해찬 의원. [중앙포토]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해찬 의원. [중앙포토]

송 의원은 이 의원의 탈당을 공천 불복으로 해석하며 공세를 폈다. 송 의원은 “만약에 대표가 돼서 (공천) 결정을 했을 때 또 탈당하는 사람이 나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의원은 “부당한 걸 안 하는데 왜 탈당을 합니까”라고 받아쳤다. 이 의원은 이어 “나중에 들어보니 1988년에 신림동에서 (김종인 전 대표가) 저와 (국회의원) 선거를 치렀는데 저한테 졌다. 그분이 그때 당선됐으면 죽죽 뻗어갔을 텐데 차단됐던 것”이라고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

정동영 대표 체제가 새로 출범한 민주평화당도 선거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정 대표와 경쟁을 벌인 유성엽 의원은 선거 과정에서 “흘러간 물이 다시 들어온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후보인 최경환 의원도 “새 시대는 담대한 변화와 새 인물을 원하고 있다”고 정 대표를 공격했다. 유 의원은 진보적 개혁 노선을 표방한 정 의원에 대해 “지금은 진보냐 보수냐, 그런 케케묵은 이념논쟁 할 때가 아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 당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선거 벽보. [중앙포토]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 당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선거 벽보. [중앙포토]

이처럼 최근 선거 국면에 관심이 높아지는 ‘올드보이의 과거’는 선거가 끝나면 일단락되지만 이후 당의 노선 투쟁이나 핵심 이슈에서 또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지적이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