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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열차 태워" "망신주기"···특검연장 두고 여야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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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의 댓글조작 행위를 공모한 혐의로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허익범 특검팀에 재출석하고 있다.오종택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의 댓글조작 행위를 공모한 혐의로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허익범 특검팀에 재출석하고 있다.오종택 기자

허익범(59) 특별검사팀이 9일 김경수(51) 경남지사를 두 번째 소환하면서 수사 기간 연장을 놓고 여·야가 '2대3' 구도로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특검 연장을 주장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반대하고 있다.

60일인 허익범 특검팀의 수사 기간은 8월 25일에 끝난다. 허 특검이 22일 이전에 수사 기간 연장을 요청해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 30일이 늘어나 9월 24일까지 활동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특검 연장안이 넘어오면 그때 가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장 및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장 및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종착역 아니라 승객 열차에 태우고 있다”=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은 지금 드루킹 특검 수사가 아직 절반도 못 미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8월 25일 특검수사를 종결짓는 건 누구도 납득하지 못할 일”이라 말했다. 이어 “허익범 특검은 마지막 종착역이 아니라 아직도 한참 그 진실을 파는 승객을 계속 열차에 태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특검의 수사가 생각보다 많이 속도를 내지 못한 만큼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사 기간 연장이 되지 않은) 최순실 특검은 처음부터 기간이 더 길었고 그 전에 수사도 이뤄져 있었다. 이번 드루킹 특검은 경찰 수사가 부실해 특검 출발 전 돼 있는 수사가 없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도 지원 사격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정책회의에서 “기간이 촉박하다고 해서 서둘러 수사를 종료해서는 안 된다”며 “필요하다면 수사 기간 연장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도 “김경수 경남지사는 민주주의 파괴범이다. 김 지사의 유죄가 나오면 더불어민주당은 해산해야 한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민주평화당도 공감대를 보인다. 이용주 원내대변인은 7일 “논란이 일지 않게 특검의 충분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기본적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민주당 “충분한 시간 갖고 수사, 연장 실익 없어”=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망신주기 수사’라며 특검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9일 오전 정책조정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그간 조사한 것만 보더라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특검 기간 연장을 주장한다'는 질문에 “특검 연장이 필요하다면 어떤 부분이 미진해서 못했는지 그 사유를 봐야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추미애 대표도 지난 6일 김 지사의 첫 소환 당시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의 교묘한 언론플레이와 망신 주기,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 공개에 우려를 표한다”며 기간 연장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로써는 특검 연장의 실익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표 의원은 “이미 사실 확인, 증거 확보 부분은 다 끝났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그런 수준이라면 굳이 연장까지는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의당도 반대하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제까지 수사의 진척 상황이라든가 결과가 명확한 게 없다. 그 과정에서 계속 정치권 안팎으로 여기 건드리고 저기 건드리는 식으로 수사가 진행된다는 것에 대해 (기한 연장을)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역대 특검 중 연장 거부는?=역대 12차례 특검 가운데 수사 기간이 연장되지 않은 건 모두 3차례였다. 지난 2003년 대북송금 특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지난 2012년 자신의 내곡동 사저 의혹을 파헤치던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을 거부했다. 지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출범한 특검팀 수사 기간 연장은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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