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제재 위반하면 미국의 칼날… 북한산 석탄 의혹 '한전'이 떠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관세청이 북한산(産) 무연탄을 수입한 의혹을 받는 남동발전을 조사 중이란 소식에 한전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의도가 있든 없든 국제 사회의 대(對)북한 제재 기간 중 북한산 석탄을 수입한 게 사실로 밝혀질 경우 모회사인 한전 역시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일단 미국이 제재 위반을 빌미로 구체적인 실력 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꺼내는 경우다. 제재 대상국과 거래하는 제3국이 미국 기업이 거래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이다. 이를 발동하면 미국 내 사업 기반이 흔들리는 건 물론이고, 미국 은행을 통한 달러화 조달 어려워진다. 한전과 발전 자회사로서는 금융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벌금도 부담이다. 지난 2014년 프랑스 BNP파리바은행은 미국의 제재 대상인 이란과 1900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했다는 이유로 벌금 90억 달러를 물어야 했다. 한화로 10조원에 달하는 돈이다. HSBC 역시 같은 이유로 19억2000만 달러의 벌금을 냈다. 올 2월엔 라트비아 ABLV 은행이 대북 제재를 위반한 혐의가 적발돼 미국 금융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신용등급 하락도 우려할 만한 부분이다. 이미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5월 한전의 부진한 실적이 신용도에 부정적이란 진단을 내놨다. 여기에 '불법의 탈'까지 씌워지게 되면 신인도가 더 훼손돼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한전으로서는 고의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2013년 기업은행은 1조원 규모의 이란 자금 불법유출 사건에 연루됐다. 하지만 미국 연방 검찰은 재미교포 정모 씨가 중계무역을 가장해 기업은행에 예치된 이란 자금을 빼내 미국으로 빼돌린 것으로 판단하고 사실상 기업은행에 ‘면죄부’를 줬다.

북한 석탄 반입이 사실로 확인되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전의 주식예탁증서(DR)는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돼 있다. 현재 발행 주식의 5.6%가량이 뉴욕에서 거래된다. SEC는 2015년에도 한전 자회사와 유연탄 공급업체 간의 부당거래 혐의를 잡고, 조사에 나선 적이 있다.

전기요금 인하 움직임, 원전 인수 지연 등 다른 악재까지 쏟아지면서 한전 주가는 연일 저점을 경신하고 있다. 불과 2년 전인 2016년 5월 6만3700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던 한전 주가는 6일 반 토막도 안 되는 3만1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a.won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