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참고 '화장실' 옆에서 도시락 먹는 청소노동자 없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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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쇼핑센터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 A씨는 오전 4시간 동안 일하고 1시간을 쉰다. 주로 이 시간에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지만 편한 식사시간은 아니다. 쉴 곳이 화장실 옆에 딸린 1.5평(4.96㎡)짜리 ‘쪽방’뿐이어서다. 4명의 동료와 함께 식사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공간이다. A씨는 “여름이면 화장실에서 악취가 밀려와 창문을 열어야 한다”며 “칸막이를 나눠 만든 임시 공간이라 전기 공급이 안 돼 선풍기도 놓지 못한다”고 말했다.

휴식공간이 없어 샤워실을 개조해 쉬고 있는 한 청소 노동자. ⓒ News1

휴식공간이 없어 샤워실을 개조해 쉬고 있는 한 청소 노동자. ⓒ News1

고용노동부가 5일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현장에 배포했다. 화장실을 휴게 공간으로 사용하는 등 휴게공간이 없거나 부족해 제대로 쉴 수 없는 근로자를 배려하는 조치다. 고용부 관계자는 “백화점·면세점 판매 근로자와 청소·경비 근로자 등의 열악한 휴게시설 문제가 불거진 것을 계기로 정확한 지침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자가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은 없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선 화장실 옆 빈 곳이나 사생활 보호가 어려운 임시 공간 등을 휴게시설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사업주는 휴게시설의 면적을 노동자 1인당 1㎡, 전체적으로 6㎡ 이상 확보해야 한다. 또한 냉·난방과 환기시설을 설치해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도록 했다. 옥외 작업장의 경우 여름에는 폭염에 대비한 그늘막과 선풍기를, 겨울에는 온풍기 등을 설치해야 한다. 편안한 휴식에 필요한 조명과 소음 기준, 등받이 의자, 탁자, 식수, 화장지 등 비품 기준도 포함됐다. 이런 휴게시설은 작업장이 있는 건물 안에 설치하는 게 원칙이고, 불가피한 경우에도 작업장에서 100m 안이나 걸어서 3∼5분 내 도달할 수 있는 곳에 마련해야 한다.

고용부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사업장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등에 배포했다. 9월부터는 청소·경비용역 사업장과 백화점·면세점 등 취약 사업장을 중심으로 지도·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박영만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휴게시설은 최소한의 노동 조건 중 하나”라며 “근로자가 당연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개선 상황을 꾸준히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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