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조금 이기적이야” 노배우 신구의 가슴 먹먹한 고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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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배우 신구과 과거 신인 시절의 모습 [일간스포츠, tvN 꽃보다할배 리턴즈 화면 캡처]

2018년 배우 신구과 과거 신인 시절의 모습 [일간스포츠, tvN 꽃보다할배 리턴즈 화면 캡처]

배우 신구씨(81)가 과거 어려웠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속마음을 털어놔 눈길을 끈다.

지난 3일 방송된 tvN '꽃보다 할배 리턴즈'에서는 신씨를 비롯한 출연진과 제작진이 저녁 식사 자리가 전파를 탔다.

이날 신씨는 "(이)순재 형님은 자상하게 이야기도 하고 그러는데 나는 꼭 필요한 말 아니면 안 한다"라며 자신이 조용한 성격을 갖게 된 성장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나는 어렸을 때 너무 어렵게 살았다. 벽돌 깔린 데에서 천막 치고 공부했다. (지난 1950년 6·25전쟁 당시) 서울 수복하고 나서 정신없는 시기에 어렵게 공부를 마쳤다"고 밝혔다.

방송에 따르면 그는 집이 있던 서울 성동구 왕십리부터 학교가 있던 서울 종로구 화동까지 걸어 다녔다고 한다.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할배 리턴즈 화면 캡처]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할배 리턴즈 화면 캡처]

신씨는 "그때 집부터 학교까지 한 시간 거리를 매일 걸어 다녔다. 고생은 그때 다 해봐서 웬만한 고생은 다 참는다. 참을 수 있다. 그때 훈련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어린 시절 힘들었던 경험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고, 마음을 터놓기보다 홀로 참는 성격이 형성된 것 같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신씨는 "그런데, 내가 조금 개인적이다. 그래서 잘못 보면 이기적인 것처럼 보인다. 물론 (스스로) 이기적인 생각도 있다"며 "내가 어렸을 때 어렵게 살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어서, 마음이 넉넉하지 못해서 그렇다"며 속상한 마음을 털어놨다.

이어 "어릴 때 어려웠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어서 베풀지를 못하고, 마음 씀씀이가 넉넉하지 못하다"고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할배 리턴즈 화면 캡처]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할배 리턴즈 화면 캡처]

아울러 신구는 식사 뒤 이어진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젊었을 때 하고 싶고 부러워했던 건 판검사, 의사 이런 것들이었다. 그런데 살아와 놓고 보니까 오히려 그때 내가 뒤처져서 배우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다. 살아가는 게 즐겁다"고 덧붙였다.

이날 신구의 고민을 들은 배우 이순재는 신구의 연기력을 높이 평가하며 그를 위로했다.

이순재는 "나는 (강의할 때) 학생들에게 '신구라는 배우는 화려한 배우가 아니다. 그냥 후발주자다. 연기를 늦게 시작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노력해서 모든 분야가 가능한 배우가 됐다'고 소개한다"고 말했다.

한편 1936년 출생한 신씨는 1962년 연극 '소'를 통해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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