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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피랍 일인데…詩처럼 논평한 청와대 대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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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리비아에서 납치돼 붙잡혀 있는 한국인(가운데)의 모습 . [사진 218NEWS 페이스북]

지난달 6일 리비아에서 납치돼 붙잡혀 있는 한국인(가운데)의 모습 . [사진 218NEWS 페이스북]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일 리비아에서 한국민 1명이 납치돼 억류 중인 데 대해 논평을 내고 “그의 조국과 그의 대통령은 결코 그를 잊은 적 없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정부는 그를 납치한 무장단체에 대한 정보라면 사막의 침묵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얼굴색은 거칠었고 목소리는 갈라졌지만 다친 곳은 없어 보여 참으로 다행”이라며 “사막 한가운데 덩그러니 내던져진 지아비와 아버지를 보고 있을 가족에게는 무슨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전날 리비아 현지 매체는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자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한 남성이 한국인이라고 밝히며 “대통령님 제발 도와달라, 내 국적은 한국”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사진기자단

김 대변인은 “(그의) 얼굴색은 거칠었고 목소리는 갈라졌지만 다친 곳은 없어 보여 참으로 다행이다”라며 “‘나로 인해 아내와 아이들의 정신적 고통이 너무 심하다’는 말에서는 오랜 기간 거친 모래바람을 맞아가며 가족을 지탱해온 아버지의 책임감이 느껴진다. 총부리 앞에서도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우리는 그가 타들어 가는 목마름을 몇 모금의 물로 축이는 모습을 봤다. 아직은 그의 갈증을, 국민 여러분의 갈증을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의 노력을 믿고 그가 건강하게 돌아오기를 빌어주시기 바란다. 그렇게 마음을 모아주시면 한줄기 소나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사막의 침묵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갈증을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한줄기 소나기’ 등 문학적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국민의 목숨이 달렸는데 화려한 표현을 강조했다” 등과 같은 비판도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한 매체를 통해 “국민을 구해내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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