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많이 흘려 실신...당뇨ㆍ 고혈압 만성질환자에게 더 위험한 폭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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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1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에 놓인 온도계가 지열까지 더해져 40도를 훌쩍 넘기고 있다. 뉴스1

전국적으로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1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에 놓인 온도계가 지열까지 더해져 40도를 훌쩍 넘기고 있다. 뉴스1

10년째 고혈압을 앓고 있는 A씨는 최근 아찔한 경험을 했다. 길을 걷다 갑작스레 구토·어지럼증이 느껴져 주저 앉고 말았다. 무더운 날씨에 20분 가량 걸은 뒤였다. 병원에서는 고혈압 환자인 A씨가 땀을 많이 흘린 탓에 혈압이 떨어진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A씨는 "고혈압을 앓으면 더위먹기 쉽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라고 말했다.

폭염 취약한 만성질환자, 건강하게 여름나려면

111년만에 기록적인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당뇨병ㆍ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가진 이들은 폭염에 취약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조영민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청량음료 등 당분이 많은 음료를 과다 섭취하면 혈당이 상승하고 소변량이 많아진다. 특히 여름철에는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평소보다 탈수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음료 대신 시원한 물을 마시는게 좋다”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자율신경에도 합병증이 생겨 뜨거운 바깥 공기와 차가운 실내 환경에 교대로 노출되면 체온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이럴 경우 열사병 위험이 높아진다”라며 “당뇨병을 오래 앓고 있는 사람은 급격한 온도변화에 노출을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폭염은 땀을 많이 나게 하기 때문에 몸에서 수분과 염분이 빠져나가게 된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이 두가지 모두 혈압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요즘처럼 장기간 폭염이 이어질 때는 주의해야 한다. 고혈압 환자는 특히 탈수 현상에 취약하다. 우리 몸은 탈수가 일어나면 혈관 수축, 소변 배출 억제를 통해 혈압을 유지하는데, 고혈압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이런 보상 기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이해영 교수는 “몸이 말라 체액량이 적거나, 평소 짜게 먹는 고혈압 환자가 특히 탈수 현상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짜게 먹는 환자는 여름에 땀으로 염분이 배출되면 혈압이 많이 낮아져서 어지러운 증상이 생기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간혹 여름철에 매일 측정하는 혈압이 낮게 나왔다는 이유로 혈압약을 줄이는 경우가 있는데 혈압이 오를 수 있다. 여름철의 혈압 변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고혈압

고혈압

만성콩팥병 환자는 수분 조절 능력이 떨어져있다. 따라서 더운 여름 외부의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일을 하거나 무리한 운동을 하는 경우, 체수분과 전해질의 손실로 인하여 혈압이 저하되어 콩팥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거나, 근육이 깨지면서 신장에 급성 손상 (급성 신부전)을 일으키게 된다.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오국환 교수는 “한 번에 너무 많은 수분을 섭취하게 되면 부종이나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해 어지럼증, 두통, 구역질, 현기증 등이 유발될 수 있다. 한번에 많은 물을 마시기보다는 적은 양의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얼음을 입에 물고 있거나, 레몬 한 조각을 입에 물고 있는 방법 등이 더운 여름철 갈증을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 또 소금이 많이 들어있는 국물 종류는 피하고, 간을 싱겁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 교수는 “여름철 만성콩팥병 환자나 투석 환자가 과일이나 과일 쥬스를 많이 마셔 고칼륨혈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고칼륨혈증이 생기면 어지럽고 이상감각이 발생하고, 심한 경우 부정맥이나 심장마비가 발생할 수도 있다”라며 “참외, 바나나, 멜론, 자두, 토마토 등 칼륨이 많이 들어있는 과일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과, 포도, 블루베리, 체리, 복숭아 등 비교적 칼륨이 적게 들어있는 과일을 소량씩 먹거나 갈아 얼려서 아이스크림처럼 녹여 먹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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