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억짜리 은마아파트, 폭염 속 정전..."강아지 얼음조끼까지 입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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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1일 저녁 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 아파트에 정전이 발생해 비상등만 켜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1일 저녁 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 아파트에 정전이 발생해 비상등만 켜져 있다. [연합뉴스]

"예전부터 정전이나 단수가 자주 된다는 얘기가 많아 고민하다 교육 때문에 과감하게 이사했는데 오자마자 이런 일이 생겼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이사 온 직장인 이모(45)씨의 걱정은 현실이 됐다. 서울 낮 최고기온은 39.6도까지 치솟은 지난 1일 서울 강남 은마아파트에서 오후 7시 30분쯤부터 1시간 40여분간 정전이 발생했다. 총 4400세대 중 2000여세대의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씨는 "앞으로 이런 무더위가 적어도 한 달 정도 더 이어질 텐데 또 정전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1시간 40여분간 정전...주민들 선풍기·에어컨 없이 폭염 견뎌

관리사무소는 주민들에게 폭염 때문에 변전기에 문제가 생겼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1시간 40분 동안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사용하지 못한 채로 폭염을 견뎌야 했다. 은마아파트에서 20년 거주했다는 김 모(35) 씨는 "처음 정전되고 40분 후 잠깐 전기가 들어왔다가 다시 또 정전됐다"며 "너무 더워서 강아지에게 얼음조끼까지 입혀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의 정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7월에도 폭우로 인한 침수로 사흘간 정전과 단수된 바 있다. 2002년부터 은마아파트에 거주한 김유정(50)씨는 "예전에 정전됐을 때는 친정어머니 집으로 일주일간 피신해 있었다"며 "전기 끊긴 것과 함께 물도 안 나왔었는데 그때는 집에서 못 살겠더라"고 술회했다.

“정전도 자주 발생하고, 물도 심심하면 끊겨"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정전이 재건축을 고려해 아파트 주요 설비를 제 때 교체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20년간 은마아파트에서 거주한 장 모(61, 사업) 씨는 “정전도 자주 발생하고, 물도 심심하면 끊기고 층간소음도 심하다"며 "정전도 재건축 때문에 설비를 교체하지 않거나 제대로 수리하지 않아서 발생한 것 아닌가 싶다"며 "재건축을 빨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는 서울 강남구의 대표적 재건축 추진 단지다. 지난달 전용면적 76㎡가 16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1월 기록했던 역대 최고가(16억1000만원)를 뛰어넘었다. 전용면적 76㎡와 84㎡의 매매량은 지난달 10여건이다.

은마아파트 전기 공급이 끊긴 이 날 비슷한 시간대에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에서도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일부 주민들이 엘리베이터에 갇혔다. 송파구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아파트 단지에서도 정전 발생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박해리·전민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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