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女화장실도 안 만들고···"전방 GOP에 여성소대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육군3사관학교에서 여군 및 학사 사관후보생 생도들이 고지 탈환을 위한 분대공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육군3사관학교에서 여군 및 학사 사관후보생 생도들이 고지 탈환을 위한 분대공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국방부는 1일 ‘국방개혁 2.0’ 일환으로 ‘여군 비중 확대 및 근무여건 보장’ 방안을 내놨다. 정부가 추구하는 성평등 사회 실현에 발맞춘 정책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지난해 전체 병력대비 5.5% 수준이던 여군 비율을 2022년까지 8.8%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개혁안을 두고선 실제 전투부대 현장을 이해하지 못한 탁상공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군 비율 확대’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 사항이라 여군 비중 확대 개혁안은 낯설지 않다. 이날 발표된 개혁안이 눈길을 끈 점은 따로 있다. 앞으로 여군도 전방지역 부대(GOP) 중ㆍ소대장 맡는 방안을 추진해서다. 육군에서 여군은 신병교육대 위주로 중ㆍ소대장 맡고 있지만 전방부대에서 근무한 적은 없다. 군 당국은 앞으로 여군도 차별 없이 전 부대에 배치한다는 입장이다.

중동부 전선을 지키는 장병들이 감시등이 켜진 철책선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체감온도가 40도까지 떨어지는 혹한지 최전선이다. [사진 중앙포토]

중동부 전선을 지키는 장병들이 감시등이 켜진 철책선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체감온도가 40도까지 떨어지는 혹한지 최전선이다. [사진 중앙포토]

이처럼 여군이 담당할 임무가 확대되는 만큼 여군 간부 선발 인원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날 발표된 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1100명 선발하던 여군은 2022년에는 2250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GOP 소초에 간부는 3~4명 정도 근무하는데 군 당국은 여기에 여군을 1~2명 배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인력 충원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실제로 여군이 근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GOP 소초는 경계작전을 담당하는데 상당히 폐쇄적인 공간이다. 1층 단층 건물에 30~40명이 모여 생활하고 있어 소대장도 병사들과 같은 공간에서 샤워를 한다.

중동부 전선을 지키는 장병들이 알통구보를 하고 있다.[사진 중앙포토]

중동부 전선을 지키는 장병들이 알통구보를 하고 있다.[사진 중앙포토]

군 관계자는 “실태 조사는 이미 마쳤는데 GOP 소초 265개 중에서 120개만 보수가 필요하다”며 “여군 배치 명령이 떨어져도 1~2달 뒤에 투입되기 때문에 해당 부대에 화장실과 샤워실 등 별도 시설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2018년도 예산을 집행할 수 있어 올해 안에 여군 배치가 가능하다”며 "어떤 여군을 배치할지 자격 기준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장 지휘관들은 냉소적인 반응이다. GOP에서 소초장으로 근무했던 A소령은 “좁은 공간에 화장실 하나 만드는 게 쉽지 않다”며 “병사들은 생활관에선 벌거벗은 몸인데 여기에 여군 간부가 어떻게 들어갈 수 있냐”고 말했다. B대위는 “상징적인 조치로 끝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GOP사단 수색대대에 배치된 여군 대위는 정보과장이라 직접적 전투 임무는 아니었고 GOP 소초에서 생활하지도 않았다. 결국 이번에 여군 인력 확대가 시작되더라도 실제 배치는 GOP 소초가 아닌 대부분 대대급 부대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이근평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