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盧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군사계획 문건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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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변선구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변선구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일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위기관리 문건'을 작성했다고 주장하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정부 전복 대비 차원에서 기무사가 군사계획을 수립한 다수 문건이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자회견에 앞서 이석구 기무사령관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기무사 대응 문건 여부에 대해 보고를 받은 김 원내대표는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작성된 '대정부 전복 위기관리 단계 문건'은 10여 페이지의 본문과 수십 페이지의 위기 목록 첨부 문건으로 구성돼 있음을 확인했다"며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작성된 67페이지 분량의 실행계획과 유사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고 비슷한 분량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어 "당시 기무사 종합상황실에서 위기관리 단계를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 조정했다"면서 "문건 표제에 송영근 당시 기무사령관의 자필로 '확실하게 지시된 대로 액션이 이루어져야 함'이라는 메모와 '상황변동 시 즉시 사령관에게 보고(사소한 사항이라도)'라는 메모도 기재돼 있다"고 덧붙였다.

또 문건에는 쿠데타 같은 대정부 전복 상황 파악, 정치권·행정부의 통수권 반발 현상(긴급), 정부의 각종 정책 실패로 정권 교체 여론 발생(중요), 군 병력·장비 수도권 이동 상황 1일 2회 확인, 대정부 전복 관련 첩보 수집 활동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인가 집회와 서클에 대한 관찰 활동을 강화하고, 59명의 특별관찰 대상자에 대한 동향 집중 감찰과 A급 기자 관리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면서 "계엄이나 위수령이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았지만, 탄핵을 전후해 발생할 정부 전복에 대한 군사적 대비 계획을 담고 있다"고 했다.

이석구 기무사령이 1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국회 국방위원들에게 기무사 관련 보고를 마치고 김성태 원내대표실을 나오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석구 기무사령이 1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국회 국방위원들에게 기무사 관련 보고를 마치고 김성태 원내대표실을 나오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 원내대표에 따르면 이 사령관은 전날 통화에서 군대 전복 상황센터 문건 외에는 일체의 문건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대면 보고에서 거짓말이 드러났다고 김 원내대표는 전했다.

그는 이 사령관이 문건 일부만 열람하도록 한 것에 대해 문건을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 사령관이 '별도의 목록 문건이 없다'고 허위보고를 했고, 내용을 적시했더니 일부를 가져왔다"며 "그것도 가·나·다·라·마까지 목록이 있는데 이 가운데 가·나·다·라는 제외하고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문건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며 "야당 원내대표와 국회 국방위·정보위 간사가 제출을 요구하고 있지만 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 이 사령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시 기무사 본연의 대정부 전복 관련 위기관리를 잘했고, 그 외에 이번 건과 같은 계엄령 문건을 검토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김 원내대표의 주장에 대해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 원내대표의 회견은 '앙꼬없는 찐빵'만 늘어놓은 것으로 기무사를 비호하기로 작정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울 정도"라며 "기무사의 위기관리 매뉴얼이 아닌 기무사가 대정부 전복의 주체가 되는 시나리오를 쓴 것이 문제인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는 김 원내대표 행태에 나오는 건 한숨뿐"이라고 꼬집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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