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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실종 30대 여성 시신, 80㎞ 떨어진 가파도서 발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주 세화항 세화포구 실종 실종여성. 최충일 기자

제주 세화항 세화포구 실종 실종여성. 최충일 기자

제주 가파도에서 발견된 30대 여성의 시신이 제주 세화포구에서 캠핑 도중 실종된 최모(38)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제주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0분께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도 서쪽 1.6㎞ 해상에 최씨의 시신이 떠 있는 것을 인근 해역을 지나던 여객선이 발견, 해경에 신고했다.

경찰은 여성이 실종된 후 일주일간 세화포구 인근을 수색해 왔다. 가파도 해상은 수색 지역에서 벗어난 지역이다. 가파도는 세화포구에서 80km 가까이 떨어진 정반대에 있다. 자동차로만 2시간이 걸린다. 배로 이동해도 제주도 반 바퀴를 돌아야 한다. 여객선이 운행중인 모슬포항에서 20분 거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실종 일주일 만에 조류로 떠내려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지 않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사진 포털화면 캡처]

[사진 포털화면 캡처]

이에 대해 앞서 경찰은 문재홍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학 교수에게 해류와 조류, 지형 등을 토대로 최씨가 실족했을 경우의 예상 경로에 대해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문 교수는 “포구 안에서 바깥으로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다. 안쪽은 밀물과 썰물 영향이 아주 작은 곳이기 때문에 들어오는 건 쉽지만 나가는 건 어렵다”며 “안보다는 바깥에서 추락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실종 첫날 포구 안쪽에서 발견된 슬리퍼는 바깥에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일반적으로 입구가 작은 포구에서는 흐름이 굉장히 약하기 때문에 안에 있는 사람이 바깥으로 흘러가기는 쉽지 않다”고 부연 설명했다.

제주연안의 조류 패턴을 분석한 문 교수는 “제주연안 해류는 밀물과 썰물 조류에 따라 북서쪽이나 남동쪽으로 가는데 지형상 남동연안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크다”며 “수면 아래 옷이 걸려있지 않으면 조류를 따라서 흐르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6일 제주 세화항 해상에서 실종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슬리퍼가 발견됐다. 위 사진은 실종된 최모씨. [사진 뉴스1]

지난 26일 제주 세화항 해상에서 실종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슬리퍼가 발견됐다. 위 사진은 실종된 최모씨. [사진 뉴스1]

이어 “바다의 흐름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는 게 하도리에서 발견된 슬리퍼다. 실종자 역시 비슷한 속도로 같은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며 “연안에 붙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육지와 떨어진 외해로 나가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씨가 실족사했을 경우 왜 엿새가 지나도록 시체가 떠오르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강현욱 제주대 의대 교수가 답했다. 김 교수는 “물에 빠진 다음에 부패가 진행되면서 장 내 가스가 차서 부력을 얻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게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상황에 따라 수일 후에 다른 지점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물에 잠긴 채로 떠내려갈 수도 있고 해류에 휩쓸리게 되면 꽤 멀리 가는 경우도 있다”며 “실제로 중문해수욕장에서 해수욕 중 실종된 사람이 4~5일 후에 서귀포 남원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해경 관계자는 이날 “발견된 변사체에 대한 조사는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국립해양조사원에 문의한 결과 조류가 구좌읍은 북동쪽, 가파도는 남서쪽으로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연안지역이라 변동성이 심하긴 하지만 시신이 세화포구에서 가파도까지 흘러갔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시신 검시 등을 통해 동일인 여부를 최종 확인한 후 정확한 사망 원인 등을 규명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 안산시에 사는 최씨는 지난 25일 오후 남편과 딸, 아들과 함께 세화항인근에서 캠핑을 하던 중 술을 마신 상태로 혼자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주변 폐쇄회로(CC)TV를 탐색한 결과 최씨는 실종 당일 세화항 주변 편의점에 들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실종 당일 편의점에서 구입한 술을 마시며 오후 11시38분께 언니에게 휴대전화로 통화를 시도한 이후 행방이 묘연한 상태였다.

당시 잠들어 있던 최씨의 남편은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인 오전 0시10분께 아내가 보이지 않자 전화를 하는 등 실종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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