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교조에 할 말 한 대통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노무현 대통령이 방과 후 학교를 지원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교육감.교육장과의 대화에서 "(방과 후 학교가) 투자이기 때문에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안 없이 반대하지 말라"며 전교조를 겨냥했다.

현직 교사뿐만 아니라 지역 내 전문가.학원강사.군인.대학생.자원봉사자 등의 전문지식을 활용해 특기.적성 교육, 정규 수업의 보충.심화학습 등을 하겠다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잘만 하면 초등학교 저학년들에게 보육 서비스를, 저소득층 자녀에게 추가적인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나아가 사교육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전교조가 방과 후 학교가 확대되면 "학교가 학원으로 변할 것"이라며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방과 후 수업은 정규 수업의 보조장치일 뿐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뭐라 해도 정규 수업을 정상화하는 게 먼저다. 실상은 어떤가. 수준별 이동수업, 교사평가 등 수업 내실화를 위한 시도들이 건건이 전교조의 반대에 부닥쳐 한발도 못 나가고 있다.

게다가 우수 교사에게 금전적 혜택을 더 주는 쪽으로 성과급 지급기준을 바꾸려는 방침에 대해서는 전교조뿐만 아니라 한국교총까지 가세해 반발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까 노 대통령이 한때 자신의 지지세력이었던 전교조를 대놓고 비판하는 것 아닌가.

물론 정규 수업 개선을 뒤로 한 채 방과 후 학교 확대에 매달린다면 본말이 전도됐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다. 정규 수업이 제대로 되려면 선생님부터 달라져야 한다. 전교조가 진짜 할 일은 교사들이 실력을 갖추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인정했듯이 방과 후 학교는 몇 가지 약점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수 강사와 프로그램을 확보해야만 사교육 수요를 대체할 수 있다. 농어촌이나 산간벽지는 강사를 구하지 못해 자칫 사각지대에 빠질 수도 있다. 아무래도 방과 후 학교가 확대되면 교사들의 부담이 늘게 되는데 초과근무수당 지급 등의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