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 심리 살아나나…서울 아파트 거래 4개월 만에 증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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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여파로 급감했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분양권과 입주권 거래도 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인다.

7월 거래량 전월보다 12% 늘어 #강남·은평·동작구 30%대 증가 #규제 불확실성 해소 영향 #"투자 목적 자금 여전히 많아"

3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1~30일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5390건(신고일 기준)으로, 지난달 4803건보다 12.2% 늘었다. 31일 신고되는 건수까지 합할 경우 이보다 많을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둔 지난 3월(1만3827건) 거래가 급증한 뒤 4월 6216건, 5월 5481건, 6월 4803건으로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 이달 들어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해 7월(1만4460건)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조금씩 분위기가 반전되는 모양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상가 내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상가 내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강남권에선 최근 '거래 절벽' 상태였던 강남구의 거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총 169건으로 지난달보다 38.5% 증가했다. 반면 서초구(144건)와 송파구(182건)는 지난달 거래량(각각 195건, 188건)에 못 미쳤다. 비강남권에서는 은평구의 거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보다 38.8% 늘어난 315건이었다. 같은 기간 동작구가 217건으로 34.8% 늘었고, 관악구에서도 309건이 거래돼 34.3% 증가했다.

새 아파트 분양권과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자격인 입주권 거래량도 느는 추세다.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은 이달 들어 30일까지 총 182건 거래돼 지난달(172건)보다 5.8% 늘었다.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서울 아파트 거래가 늘어난 것은 부동산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개편을 끝으로 정부 규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난 3개월여간 세금 인상에 눌려 있던 매수 심리가 살아나면서 거래가 조금 증가한 것"이라며 "'나올만한 규제는 다 나왔다'는 심리가 작용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 기회를 노리는 여유 자금이 여전히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거래가 늘면서 서울 아파트값도 다시 꿈틀대는 분위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평균 0.11% 올라 2주 연속 상승 폭이 커졌다. 강남구(0.07%)는 16주 만에 반등했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거래 증가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개발 같은 호재가 있는 아파트는 거래가 늘 수 있다"면서도 "전반적으로 매수·매도자 간 호가(부르는 값) 차이가 크고 추가 금리 인상 같은 변수도 남아 있어 예년만큼 거래가 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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